울지 않던 아버지의 눈물

아직 늦지 않았을 때, 그 곁에서

by 한정호

요즘 아버지는 가끔 눈물이 고인다


오늘 아침 어머님께 주간 안부인사를 드리다 아버님 안부를 전하고 요즘 생활에 대해 말씀을 듣던 중, 갑자기 아버님의 눈물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래간만에 한국을 방문하여 지내다 보면서 가끔 아버님의 눈시울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들이 밀려 오는 것을 느꼈었지만 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머님께도 자주 그러시는지.. 왜 그러시는지 물어본 적이 아직 없다.


어릴 때 어른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운다고.

태어났을 때 한 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 한 번.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자라던 시절의 아버지들은 우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속이 상해도 말하지 않았고, 힘들어도 드러내지 않았다. 감정은 밖으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정리하는 것이라 배운 세대였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배우면서 자라왔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눈물을 보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렇듯 나는 오랫동안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다. 아버지는 늘 같은 모습이었다. 군인이자 조종사라는 자부심이 가득 하셨고, 옷 매무새는 항상 단정했고, 자신의 일을 다 하고 나면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고, 조종사였다. 그 사실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집안의 공기까지 바꾸어 놓았다. 비행이 있는 전날이면, 집 안은 평소와는 다른 긴장 속에 들어갔다. 저녁이 지나면, 거실에서 떠드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문을 닫고, 조용히 있어야 했다. 음식도 항상 짜지 않아야 했다. 누가 감기라도 걸리면 수건을 따로 써야 했고, 식사도 따로 해야 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아버지가 예민한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예민함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다음 날, 아버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조종간 뒤에는, 함께 비행하는 사람들의 생명이 있었고,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자리였다. 아버지는 그 무게를, 집 안으로까지 가져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팔순이 지나신 이후로, 가끔 아버지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씀을 하시다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시다가, 잠시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리실 때, 눈이 글썽거리는 것을 보곤 했다. 꼭 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말씀하시는 소리가 울컥하시는 것은 분명했다.


그 때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눈물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억울하신 것이 있는지, 서운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끼셔서 그런 것인지.

자식들은 다 자랐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아버지는 긴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와 있다. 이제는 해야 할 일보다, 지나온 시간이 더 많은 시점. 아버지도 그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마음속에 있던 것들이 예전처럼 단단히 묶여 있지 않고, 가끔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었을 때의 아버지는, 무엇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아버지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계신다. 구순이 지난 작년 방문한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포장마차에 같이 가서 꼼장어를 먹자고 하셨다.

'그 날, 아버지는 꼼장어를 뒤집으시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저 그 시간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순간을, 감사하며 그대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눈물은 어떤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아버지가 살아온 시간 전체가 잠시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것을. 참고 살아온 시간. 말하지 않고 지나온 수많은 순간들. 아버지는 그 모든 시간을 여전히 안에 담고 계신다. 나는 그 눈물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묻지 않을 것 같다.

대신, 그 눈시울을 마주할 때마다

그저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 늦지 않았을 때,

그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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