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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7. 2024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복권 파는 아기를 싸매 안은 엄마의 미소

 오늘 아침 비가 심하게 한 번 내리려나 보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매장 앞에 나와 있는데, 20살 정도 갓 넘었을까? 가녀린 몸매에 앳되어 보이는 엄마가 아기를 싸매 안은 채로 한 손에는 복권을 쥐고 또 한 손에는 음식 봉투를 들고 내게 다가와 복권을 든 손을 내게 내민다. 복권 사라고. 그러더니 내 얼굴을 보곤 외국인인 줄 바로 알았는지 웃음을 보내곤 가던 길을 재촉해 간다. 


 그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아이를 싸매 안고 양손에는 물건을 들고 있으면서도 힘든 기색은 하나도 없는 평온한 미소를 본 것이다.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국보 83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왜 힘들지 않겠는가! 이 아침에 아이를 안고 몇 장의 복권을 팔기 위해 거리를 정처 없이 걸어야 하는데 말이다. '내 아이를 한 번 보세요. 너무 귀엽고 예쁘지 않아요?'라며 아기 자랑을 하며 행복한 것일까? 그녀의 평화로움은 무엇이 만들었을까? 부럽기만 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낙엽, 쓰레기들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 불면서 바닥의 먼지와 휴지들이 이리저리 휘날린다. 마치 지금의 내 마음처럼. 바람에 튀어 오르는 비닐 커피컵처럼 불쑥 화가 나기도 하고, 여기저기 찢어진 낙엽처럼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다. 한차례 비가 내리면 이 또한 쓸려 내려갈 것이다. 

 그녀의 미소가 또 아른거린다. 평온과 행복은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너를 나았을 때는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았다"라고. 위로 누나들만 둘이었는데 아들이 생겼으니 말이다.

 

 비바람과 복권을 파는 아기를 싸맨 엄마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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