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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0. 2024

베트남 단오절, 뗏 도안 응오

베트남의 설 이후 최대명절, 단오절(Tết Đoan ngọ)



 주방장이 출근을 하자마자 주방 바닥을 모두 뒤집고 물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어제 서비스 매니저와 사소한 불화를 일으키더니 새롭게 시작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저녁에 6시가 되니 일찍 퇴근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 손님이 많지 않을 것이니 걱정은 없을 것이라 하길래 '오늘 무슨 날인가?'싶어 물어보았다. 가족들이 모여 제사도 지내고 친지들이 함께 저녁도 먹는다고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듯 가버리는 것이었다. 남아 있는 직원에게 오늘 왜 제사를 지내고 뭘 하는지를 물어보다가 단오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오제의 기원설로는, 나라의 부패와 정치적 억압에 절망하여 멱라강에 몸을 던져 자결한 초나라의 시인 굴원(屈原)을 기리기 위해 강가에 쌀떡을 만들어 강가에 던지면서 그의 영혼을 달랜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유력하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베트남, 일본 모두 최대의 명절로 여기고 각국별로 다양한 행사와 문화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 유지되고 있지만 모두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남자들은 씨름대회를 하고, 여자들은 그네 타기를 하고, 청포물에 머리를 감는 행사를 한다. 단오 때에는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음력 5월 5일, 베트남의 단오절 - 똇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중요한 전통적인 명절 중의 하나로, 질병을 치유하는 운을 가져오게 하는 날로 여긴다. 음력 5월은 농산물의 수확기인데, 한 편 태양이 가장 높이 뜨며,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다. 벌레 때문에 수확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람들이 병균이 옮기기도 한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단오절을 ‘벌레를 죽이는 절(Tết giết sâu bọ)’ 시점으로 잡기도 한 듯하다.  

 즉 주변 청소를 하여 해충들을 죽이고 이를 통해 건강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고, 주방장이 그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었다.  

주방장 집에 마련된 제사상

 베트남 사람들은 몸속에 많이 있는 병균들을 살균하기 위해 리치, 망고, 매실 등의 자극적이고 신맛이 나는 음식들을 먹어 체내 병균을 몰아내려 했다. 또한 찹쌀로 빚은 술밥, 껌 즈어우 넵( Cơm rượu nếp)을 만들어 먹는데 이것은 단오의 기원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단맛의 술밥은 소화와 갈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손톱에 물을 들이는 것과 같이 베트남 아이들도 꽃을 빻아 레몬주스를 넣어 만든 재료로 아이들의 손톱을 물들인다고 한다. 손톱이 붉게 물들면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베트남 사람들은 낮에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낸다. 단옷날 정오에 뜯은 약초는 양기가 풍부해 치유의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고, 정오에 태양을 바라보면 시력이 좋아지고 눈이 맑아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질병을 예방하고 병균을 피하기 위해 목욕을 하거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안에서는 다양한 실로 엮은 매듭, 꽃과 과일 등으로 수놓은 자수 부적을 아이들에게 달아주었다.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스님들에게 가져가 악귀를 막는 부적을 그리는 등 아이들의 건강을 빌었다.

 [ 베트남 단오절 내용 참조 : 베한 타임즈 ]


 한국과 풍속이 같은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목욕을 한다거나, 손톱에 물을 들이는 것, 찹쌀을 이용한 떡, 밥을 만들어 먹은 등등. 무엇보다 가족과 친지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한다는 점은 공통인 듯하다. 주방을 덜어내고 대청소를 한 주방장의 생각이 기특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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