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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9. 2024

미련보다는 애련함으로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이렇게 행복한 것을...

 아침 일찍 매장 문을 열었다. 어젯밤에 기분 좋게 잠이 들었는지 이전처럼 6시에 눈이 떠지고 행복하게 샤워도 하고 매장으로 나와 어제저녁에 손빨래를 한 속옷과 와이셔츠를 널어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도록 해 주었다. 매장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한 현지인이 매장 안으로 들어와 컵라면을 만지작거리며 하나하나 얼마냐고 묻는다. 4만 2 천동, 3만 7 천동, 가격을 확인하는 걸 보니 돈이 없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싼 가격의 컵라면 하나를 집어 보이며 3만 동이라고 하니 꼬깃 꼬깃한 잔돈 지폐들을 끄집어내어 세어보더니 그 돈들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매장 밖으로 터벅터벅 나가는 것이었다. 돈이 모자란 모양이다.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했다. ‘지금 나가서 어디 다른 곳에서 라면을 살 곳도 없을 텐데…’ 베트남 아저씨를 불러 세웠다. 3만 동짜리 컵라면을 손에 쥐어주고 가져가 먹으라고 하니 아까 그 잔돈을 모두 꺼내어 준다. 1만 7 천동이었다. 매장의 모퉁이를 돌아가는 그분을 다시 불러 세웠다. 처음에 그분이 선택한 4만 2천동짜리 진짬뽕 컵라면으로 바꿔주고 “이게 더 맛있는 거예요”하고 라면을 바꿔 쥐어주고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뭘 살만한 돈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이것저것 만지는 모습에 불쾌했던 나의 모습, 퉁명스럽게 잔 돈 없다고 돌려보냈던 내 모습이 밉상이다. 그래도 그 고객이 먹고 싶었던 것을 건네주고 난 지금, 마음이 한결 행복해지고 아침에 침대에서 나와 샤워를 하던 그 기분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마음을 상해하고 하는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나의 잘못된 모습을 발견하고 고치려 하는 내 모습이 기특하다. 

 

 이쁜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해야 고객을 맞는 내 모습도 예뻐 보일 것이고, 그러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아침 고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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