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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1. 2024

코로나 백신접종이 준 교훈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경험

 항상 차분한 얼굴로 미소를 머금고 계시는 고객이 공감 매장을 찾으셨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공장의 법인장이다. 대화 중에 백신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정색을 하시며, ‘속이 상해 여기서 사업을 못 해 먹겠다’며 내게 백신투여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신다. 내가 이곳 KNG Mall사장님의 도움으로 백신을 맞았다고 하니 더더욱 화가 나신 모양이다.

 공장에 한국 주재원만 9명이고 현지 직원까지 포함하면 300명이 되는데 아직까지 1차 백신도 맞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사관에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빈증성 한인회에 연락을 했는데 도와주겠다고 말만 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도 없고, 붕따우 한인회에 연락을 해도 기다리라고만 하고 변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영사관, 한인회는 뭘 하는 조직인지 모르겠다며 화를 내셨다. 호찌민市에서는 한국인들은 대기도 하지 않고 백신을 맞고 2차까지 접종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자기 회사는 많은 곳에 신청을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이젠 직원들을 데리고 호찌민에 가서 맞고 와야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분을 더욱 화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한국 본사의 반응인 것 같았다. “남들은 다 맞는데 왜 너희만 못 맞는 거냐!”라고 했다며 화를 내신다. 현지 상황도 모르고 남의 속을 긁는 그런 상황을 나도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분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 와중에 법인장께 전화가 왔다. “어… 그래요? 3명밖에 안 된다고요? 뒷 돈을 줄 수도 있으니 9명 맞을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아마도 어느 지인이 다른 명단에 넣어 3명을 백신 맞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는 내용인 듯하고, 9명 주재원 전체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는 것 같았다. 전화를 마치고도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내게 여러 자료들을 꺼내 보이면서 한탄을 늘어놓았다. 바리아 붕따우에 등록된 한국인이 800여 명이 되는데 현재 69명만 백신을 맞지 못한 상태라며 자료를 보여 주기까지 한다. 조금 후에 아까 전화를 주신 분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아마도 9명이 될 것 같다고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엔 12명을 좀 부탁한다고 했다. “주재원 중에 한 명이 베트남 현지인과 결혼을 했는데 그 사람을 안 해 주면 험담을 할지 모르고, 옆 공장의 한국 법인장 두 명도 맞게 해 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시고는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는 바로 베트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영어로 말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 9명 모두 호찌민으로 가서 백신을 맞겠다고, 행정기관에 전화를 하고 무조건 갈 수 있게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것이었다(당시 호찌민시로 이동하는 데에도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조금 전 통화를 한 분도 정확히 백신 접종을 해 줄 수 있는지 확신이 가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백신 접종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며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그 고객을 돌려보냈다.

2차 백신을 맞으러 갔던 병원 외부 모습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주변에서 많은 한국분들이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이텍도 그렇고 CS-Bearing 직원들도 이번 주에 2차까지 접종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락앤락, 효성도 모두 맞았다고 들었다. ‘지난주에 내가 접종을 한 KNG Mall도 접종자 총명단이 60명이었는데도 접종을 맞았는데 공장 직원 전체가 300명인데 왜 아직도 1차 접종도 받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나만 살겠다고 9명만 계속 신청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호찌민시에 가서 백신을 맞고 오겠다고 하는 것을 보아도 공장 전체 직원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직원만을 챙기려 하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단위로 공단 내 공장들 단위로 신청을 하고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는데 누가 9명 한국인만 명단에 올린 기업을 먼저 접종하게 할 것인가!

 자기만 생각하고 꾀를 부린 것에 도리어 자기가 넘어간 것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베트남 행정과 대한민국 영사관, 한인회 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많아졌고, 그렇게 베트남이 못 미더워 한국으로 들어가신 분들도 많이 보았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자기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 특히 베트남 현지인들과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라는 공통 요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내세우려면 우선 내가 먼저 자랑스러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마음가짐 행동은 소인배 같으면서 한국, 한국인을 거들먹거리는 모습에 조금 창피한 마음이 든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베트남 현지인들이든 빨리 모두들 백신을 접종받고 지난날처럼 야외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떠들썩한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벌써 횟수로 2년이 되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회는 그대로인 듯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 법인장은 얼마 전 사표를 제출했고 곧바로 수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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