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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5. 2024

업무규정에 없는 지시!!

노동계약서상에 없는 업무는 지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베트남 직원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다. 베트남에서 10여 년간 공장장으로 근무를 하셨던 분인데, 약 10개월간 한국에서 가족분들과 생활하시다가 다시 2막 3장을 준비하시면서 베트남에서 근무를 위한 시장조사를 위해 출장을 오신 것이다. 

 예전 근무할 때와는 달리 혼자 출장을 오신 관계로, 차량도 없고, 시장조사도 혼자 하셔야 한다. 모든 게 새롭고 혼자 감당하시기엔 버거울 것이라 판단해 직원에게 몇 가지 지원을 지시하였다. 오후 1시쯤 지시를 하고 외부에 나갔다 5시 30분쯤 돌아오니, 아직 아무런 보고도 없었다며 사무실에 앉아 계셨다. '여기 얘들 5시 퇴근이라 아마 자리 없을걸요!' 역시나 사무실로 올라가 보니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아무런 결과보고 메시지 하나도 없이.


 자기 회사 직원들이 아니어서 무슨 말도 못 하고, 원했던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보이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베트남 직원들에 대한 일종의 분노가 일어났다. 통역을 담당하는 친구여서 일부러 몇 번을 보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건만...

 '내 일도 아닌데... 저러고 있다 가면 설마 내일 또 올까? 오면 그때 해주면 되지.'

 '오늘 못 하면 내일 하지. 그래야 직장이지. 일이 바로 끝나면 또 다른 일을 시킬 텐데...'

 

 베트남 직원들과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선 업무규정과 노동계약서상의 업무분장에 따른 노동이 누구보다 명확한 듯하다. "왜 노동계약에 없던 일을 내게 시키는가?" "그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업무를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다. 결국 노동 소송에 들어가면 사측이 불리하다고 한다.   

 한국 직장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어서 '내가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화병 없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마쳐야 할 일은 끝내야 하는 법!!

 베트남 직원들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 1. 지시한 업무의 중요도를 우선 설명할 것 2. 업무의 종료시한을 명확히 알려 줄 것. 3. 결과의 완성여부와 상관없이 중간(그 시점도 명확히 제시) 보고를 하도록 지시할 것 4. 수시로 진행상태를 물어보고 업무시한을 상기시킬 것 등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다면 내가 해 버리는 게, 속 편한 일인데,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시계는 다른 것 같다. 베트남 시계는 근무시간에는 느리게만 움직이고, 퇴근시간이 되면 바로 멈춰 버린다. 그래도 베트남 시계는 돌아간다. 그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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