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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2. 2024

철저한 업무 분장?

업무효율성을 방해하는 베트남식 일자리 창출

 돈치킨 매장을 운영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돈치킨 매장은 롯데리아와 달리 요리 메뉴가 있는 관계로 주방과 서빙/서비스 구역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 주방은 주방장이 그리고 서비스 구역은 점장과 매니저가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인건비도 롯데리아보다 훨씬 높은 구성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 당시에는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관찰보다는, 접객에 치중하고 있었는데, 며칠간 한 두 사람만 계속해서 식기를 세척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어 주방장과 다른 직원들에게 “왜 저 사람들만 싱크대에서 그릇을 씻냐?”라고 묻자 저 직원들은 식기 세척을 전담하는 직원들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게다가 한 직원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주부처럼 보였는데 젊은 직원들은 도와줄 생각도 없어 보였고 그분은 묵묵히 식기를 세척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방 /플로어/청소 직원 유니폼 및 근무하는 모습     

 주방장과 매니저를 불러 왜 저분에겐 식기 청소만 하게 업무를 주었느냐고 하자, 호찌민에 있는 돈치킨에서는 식기세척을 하는 직무가 따로 있고 그렇게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말에 서비스와 주방 직원은 돈치킨 매장 운영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하고 그래야 고객도 이해할 수 있고, 주방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고 서로가 함께 한다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나의 생각을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심지어 그날 저녁부터 차일 근무시간표에 아예 식기 청소를 하는 직책을 아예 별도로 명기해 직원들에게 공지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베트남식 반항인 것이다. 


 관리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식기를 세척하는 것이 별도의 직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식기를 세척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고객들이 한 번 몰렸다가 테이블 회전이 되면 그때 잠시 발생하는 업무이다. 그때는 주방의 직원도 서비스 구역의 직원도 여유가 생기는 시간인데 같이 도와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그 발생시점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시간도 짧은 업무를 위해 직원을 하루 종일 고용하는 것은 인건비 낭비이다. 무엇보다 무슨 전문직도 아닌데 그저 ‘나는 더럽고 어려운 일을 하기 싫어서’라는 생각이라면 더더욱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을 하나하나 업무를 나눈다는 것은 업무 효율이나 사고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는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롯데리아에서는 모든 업무를 로테이션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체계화되어 있는데 돈치킨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은 아마도 베트남 현지인들이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바로 한국인들이 직접 실천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한 번 더 식기를 세척하는 현장에서 같이 그릇을 닦는 일을 하면서 다른 직원들도 함께 하도록 유도하였다. 누구든 이것은 내 일. 저것은 너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 주면서 같이 하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한 달 정도가 지나서야 그릇을 닦는 업무를 구분하는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길에 휴지를 버려야 청소부가 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 떠오른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핑계를 자기 게으름을 정당화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아직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맡기면 되고 그것이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억지가 통하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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