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도로위, 머리크기로 순위확정
베트남 도로 위에선 머리 센 것이 최고!!
'베트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은 오토바이, 퍼(Pho, 쌀국수), 아오자이(Ao Dai, 베트남여성 전통의상) 등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보는 순간 놀라는 모습이 길가 횡단보도에 개미처럼 덕지덕지 모여 있다가 신호에 따라 달려 나가는 오토바이 광경일 것이다. 이른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많은 직장인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등교시켜 주고 직장으로 향한다. 횡단보도에서도 오토바이는 도로를 걷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자기 길을 간다. 처음 베트남에 오셔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오랫동안 도로 위로 발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시는 분들을 자주 보곤 했다.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아침 도로 모습도로에서 가장 파워가 센 것은 자동차이다. 그것도 크기가 클수록 1순위가 된다. 한국에서도 고속도로를 달릴 때 트럭이나 컨테이너 차량들을 보면 멀찌감치 떨어져 가거나 아니면 차선을 변경하여 운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베트남의 도로 위에선 한국처럼 도로가 6차선, 8차선처럼 넓지도 않고, 게다가 차선을 정확히 지키는 일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무조건 힘센 또는 간이 큰 사람이 차량의 머리를 먼저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다. ‘박으려면 박아봐! 다치는 건 너고 난 신경 안 쓴다’라는 생각이 베트남 인들의 머리에 있는 듯하다.
실제로 도로에서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도로가 정체되는 경우는 대부분 사고가 일어나서가 아니라, 서로가 머리를 들이밀고 버티고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3거리나 4거리에서 좌/우회전을 하다가 차량과 오토바이가 맞물리면 바로 정체구간이 되는 것이고 시간 기약도 없다.
설령 접촉사고가 났다고 해도 흠집이 조금 난 정도라면 양 쪽 모두 툴툴 털고 가던 길을 가버린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첫 째,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서 비용을 전액 처리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가 매우 중요한데, 만약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공안에 신고를 하게 되면 양쪽 차량 또는 오토바이를 모두 압수해 가버린다. 원인과 과실 등을 결정하고 비용이 처리된 다음에야 소유주들은 자기의 것을 회수해 갈 수 있다. 그러니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손발과 같은 오토바이를 며칠씩 맡겨 놓고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고 등의 절차 없이 서로 합의로 처리를 해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베트남의 도로 위에선 자동차, 오토바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이 파워를 가지게 된다. 도로를 건널 때는 무조건 좌우를 최대한 살펴야 하고, 자기가 가장 약한 존재라는 것을 오토바이나 자동차 운전자에게 어필하면 나의 길을 양보(?) 해 준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움직이면서 오토바이와 차량을 보면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자기들이 빨리 가야 하기 때문에 알아서 피해 가는 것이다. 결국 베트남 도로 위에선 가장 약자인 모습을 갖춰야 자신이 안전해지는 것이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다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는 오토바이를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