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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4. 2024

베트남 청결, 청소, 세차

5% 부족한 자기 이기주의

 베트남의 설날 뗏(Tet)이 되기 전 베트남 사람들은 지난 한 해의 불행을 없애고 새해에는 행운과 풍요가 가득하길 기원하며 자기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청소는 설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자기 집 앞을 쓸고, 낙엽과 쓰레기들을 한 곳에 모아 태우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매일 자기 집 앞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른 아침 자기 집 앞의 쓰레기를 쓸어 모으고 있는 모습

 아침이나 저녁 매장으로 출근을 할 때면 항상 살펴보고 정리를 하고 가는 곳이 있다. 도로옆의 하수 배관이다. 50여 미터 앞에는 조개나 새우, 활어 등을 파는 가게가 한 곳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해산물을 공급을 받는지 항상 청소를 하면서 물이 흘러내려온다. 그런데 이 배수처리 맨홀에는 항상 나무 잎사귀나 쓰레기 등으로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고 고여 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자전거 바퀴를 이용하여 쓰레기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물이 하수도로 빠져나가게 하곤 매장으로 가곤 한다. 그것을 볼 때마다, 무언가 앞 길이 막혀있다는 답답함이 느껴지고 이렇게 물줄기를 뚫고 나면 내 하루도 그렇게 뻥 뚫릴 것 같은 기대나 마음 때문이다. 

낙엽들로 하수 배관이 막혀있는 모습
낙엽 쓰레기를 밀어내어 물줄기를 튼 모습

 베트남 사람들은 청소도 잘하고, 꽃을 좋아하여 자기 집을 이쁘게 꾸며 놓고 사는 모습이 이쁘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에게 5%나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은 청소를 하는 것도 자기 영역까지만 이라는 것이다. 자기 집 앞을 청소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영역을 한 발자국만 지나도 관심이 없고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점이다. 집 앞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보니 손에는 쓰레받기가 없다. 낙엽과 쓰레기를 모아 바로 앞 도로에 밀어 넣고 마는 것이다. 내 집 앞은 청소되었으니 단 곳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도로 위의 청소는 청소를 하는 도시 청소부의 몫이니 그곳까지만 청소를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고 나면 언제 청소부가 왔다 갔는지 또 도로가 깨끗해져 있곤 한다. 신기할 뿐이다. 그렇게 밀어 넣은 쓰레기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고 묵묵히 도로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 보니 해산물을 파는 매장의 주인이나 직원도 자기 매장 앞은 청소를 하고 낙엽 쓰레기도 정리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저기까지는 물이 제대로 흘러 오지 않았을까.

집 앞의 쓰레기를 쓸어 도로에 밀어 놓고 있는 모습

 베트남 사람들이 세차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어렸을 때, 아버님이 차를 구입하시고 난 후 용돈을 받으며 세차를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실제 베트남 사람들에게 지금 집을 제외하고 자산 1위는 자동차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동차를 애지중지하고 차를 닦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소형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하는 수동 세차장이 벌써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 자기 것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베트남 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공동의 이익과 평등을 추구한다는 사회주의 인민들이,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에 이런 행동들이 여기저기서 보일 것이니 말이다. 인터넷 쇼핑문화, 모바일 결제 등의 기술 접목을 빨리들 진행하고 있는데, 운전 문화나 선진 예절 등은 하루아침에 바뀌거나 개선되지는 않는 듯하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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