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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2. 2024

놀라운 베트남의 아침

이런 기술자가 있다니!

  매장 출입구가 항상 불안했다. 삐그덕 거리고 흔들거려 고객분들이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바로 고치지 않으면 문이 떨어져 큰 사고 날 수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습니다. 빨리 수리하세요"

 속으로는 눈물이 났다. '왜 안 고치고 싶겠습니까?' 몇 번을 기술자를 불러보기도 하고 수리도 해 보았지만...

한 업체에서 바닥 부품과 바닥벽을 완전히 교체해야 한다는 말에 주저하다가 어제저녁 매니저에게 그 기사분을 불러 교체를 해달라고 지시를 했다. 저녁 숙소로 가는 도중 메시지를 받았다. 내일 아침 8시에 와서 점검을 하겠다고 한다는.


 아침 일찍 매장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아침에 기술자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손님들이 있을 때 와서 유리를 내려놓고 '우리 일한다'라고 과시를 하면 어떡하지?'

 '출입구를 살펴보곤 다시 돌아가 내일 와서 수리하겠다고 하면 또 어쩌지?' 등등의 걱정들


  두 명의 사람이 탄 오토바이가 매장 앞으로 밀고 들어온다. 놀라 시간을 보니 07:55분. 5분이나 먼저 왔다. "수리를 하러 왔다"라고 하면서 나에게 진행해도 되겠냐고만 묻고는 바로 해체작업을 한다. 그냥 한 번 확인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해체작업을 하면서 의자를 사용해도 되겠냐고 묻길래 "당연하다"라고 했는데 이리저리 외부 의자들도 살펴보는 것이다. "왜? 이 의자는 안 되냐?" 물었는데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안 좋은 의자를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흐뭇해진다. "아무 의자나 써도 된다"라고 하자 바로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올라간다. 

신발을 벗고, 종이를 깔고 의자에 올라가는 기사님

 놀람 그 자체였다. 보통의 베트남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데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박스 종이를 꺼내 오더니 의자 위에 올려놓고 슬리퍼를 벗고 올라서는 게 아닌가!!

 더 이상 일을 진행하는 것을 쳐다보지도 않고 내가 하던 일에 집중했다. 

 '저런 사람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하려고! 끝나면 확인만 하면 되지'

 얼마나 지났을까? 시멘트를 가지고 와서 다듬질을 하더니 다시 문을 끼우기 시작한다. 도와줄 것이 있는가 싶어 일어났다. 유리를 들어 올리는 것이라도 도와주려는 생각으로. 두 사람은 알아서 하겠다며 웃으며 일을 진행한다. 

 또 얼마나 지났을까? 나와 직원을 부르더니 직원에게 시멘트가 굳을 때까지 2~3시간 문을 여닫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그리고는 저녁에 와서 한 번 확인하고 대금을 받겠다고 하면서 쿨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시간을 살펴보니 09:35


 베트남에서 처음 본 놀라운 장면이다. 

 어찌 보면 당연해야 할 것이니 놀라운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제 베트남에서 이런 모습들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가득한 '놀라운 베트남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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