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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1. 2024

돈에 흠뻑 빠진 베트남

베트남에서 투잡, 쓰리잡은 능력

 한국에서 벌이가 많지 않아 두세 가지 아르바이트를 뛴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번듯한 직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투잡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가능할지, 또는 한곳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나이 든 구세대여서 일까? 


  베트남에서는 노동법 상으로 개인이 다수의 직업을 갖는 것을 인정해 주고 있다. 수입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능력 있고 요령 있는(?) 젊은이들은 회사에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자기만의 사업을 일구는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감 매장을 공유하고 있는 MUMUSO의 사장은 베트남에서 최고 은행중의 하나인 Vietcom Bank의 직원이면서 MUMUSO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KNG Mall에 입점해 있는 Hanoi Yogurt 사장도 다른 은행 직원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장들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매장 문을 닫은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가끔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곤 매장에 나와 이중으로 일을 하곤 한다. 회사 누군가에서 연락이라도 오면 '쉿, 조용히'라며 손가락을 들고선 아무 일 없는 듯 전화를 하곤 한다. 한심하기도 하고 '저러니 기업 발전이 느릴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과 자본의 가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상황과는 엄청 상이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한국의 자녀들은 어떻게 해서든 대학을 나와야 하고, 그다음에야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대학을 포기하고 장사를 하겠다고 하면 일차로 인생에 실패를 한 번 한 것으로 느끼기도 했다. 

 딸에게 바이올린으로 대학에 들여보내기 위해 들인 돈을 차곡차곡 적금으로 넣어 주었으면 집을 하나 사고도 남았고, 매장을 하나 만들어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생각은 해 보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 보지도 못했다. 돈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인식한 지금도 막상 둘째 아들의 학원비를 끊고 그 돈을 적금이나 주식에 넣어 주겠다는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매장에서 식사를 하시고 택시를 불러달라 하셔서 직원이 택시를 호출하였다. 그런데 고객들이 택시에 오른 다음 기사가 택시를 불러온 직원에게 만 동을 집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 하나하나에 커미션이 붙는 것이 몸에 배려 있는 사람들이니, 돈에 얼마나 익숙해 있나를 생각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앞만 보고 바로 내 손에 돈이 쥐어지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베트남 경제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베트남 시민들이 어려서부터 자본, 자본주의에 대해 거리낌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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