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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6. 2024

베트남 똥고집

'내 생각에는...'으로 시작하는 고집 불통 

 베트남의 설연휴에 매장 인테리어를 하였는데 언젠가부터 일본 전통인형이 계산대 앞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한국식당에는 맞지 않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치장을 하고 또 ‘연초에 돈을 부른다’는 생각으로 갖다 놓은 듯하여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설 장식이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도 이 인형은 꿋꿋이 매장에 버티고 있었다. 

 매니저를 불러 이곳은 한국음식점이고 이 인형은 일본의 전통인형이니 분위기가 맞아 치우는 게 좋겠다고 했다. 며칠 후 매장을 둘러보다 인형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정확히 설명을 해 주었다. '만약 베트남 전통 고급식당에 중국 만리장성이나 이화원 그림 등이 매장 한가운데 있으면 어떻겠냐?'며 이 인형은 여기 매장에 맞지 않으니 이제 치우라고 지시를 하였다. 그랬더니 “이 인형이 예뻐서 놓은 건데요…”라며 말을 흐린다. 그래서 매니저가 입고 있는 옷을 가리키며 “이 옷은 매니저 네가 입었으니 예쁜 것이지 만약 이 옷이 예쁘다고 남자 직원이 입어도 예쁘겠냐?”라고 말하자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며칠 후 매장에는 그 인형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결국 내 손으로 직접 사무실로 옮겨 놓았다. 


 이것이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가짐이고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똥고집’인 것이다. 

 자기가 생각한 것은 맞는 것이고 남이 뭐라 해도 그냥 지키는 것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직원들에게 지시를 하고 난 뒤, 결과가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본 경험은 수도 없이 많다. 처음에는 언어상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직원이 내 말을 오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기엔…’이라는 답변을 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뭐라 하던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일을 처리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수시로 중간 상황을 점검하고 결과에 대해 체크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직원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닌, 베트남 사람들이 피 속에 흐르는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에 의해 자기 고집을 정당화하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똥고집은 말로 해결될 수 있은 것이 아닌, 중간중간 직접 체크하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람 자체를 인정하고 사람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베트남에선 더 많이 신경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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