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이 결혼의 중요한 전제조건 중의 하나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지만, 매장의 고객이었고 한 편으론 베트남 현지 결혼식에 참석해 본 지도 오래되었고, 사진 한 장 가지고 있지 못한 터라 참석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인이 “자기 차량으로 같이 가시자” 하여 흔쾌히 방문을 결정하였다.
지방도시인 데다 집에서 진행하는 결혼식이라 ‘위치를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차량에서 네비에 주소를 찍고 출발을 하니 신기하게도 한국어로 진로안내를 시작하였다. '하아... 베트남에서 한국어로 네비의 안내를 들으며 운행을 하다니' 네비의 도착예정 시각이 다가오자 운전을 하던 분은 "정말 이곳이 맞습니까? 곧 도착이라고 하는데 이 상태라면 밭에서 결혼식장이 있는 것 같은데요..."라며 계속 머리를 좌우로 돌려보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1분 남았는데.... 이런 곳은 아닐 텐데요..." 밭으로 보이는 곳의 좁은 도로를 끼고 들어가니 저만치 천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맞나 보네요. 저긴 가봐요"
밴드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옆 사람과의 대화조차 쉽지 않았지만 떠들썩한 분위기에 축하하는 분위기는 가득한 듯했다.
하객들은 준비된 음식들을 먹으며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들과 만남을 갖는 기회를 갖게 되어 그런지 모두들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오랜만에 현지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서, 순수한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번 결혼식에 의아했던 것이 그 많던 아이들이 보이지 않은 점이였는데, 확인해 보니 그날이 토요일이었고 결혼식이 11시여서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가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의 결혼식은 통상 세 번을 한다고 한다. 신랑 집에서 한 번, 신부 집에서 한 번 그리고 정식적으로 결혼식장에서 현대식으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베트남은 우리 한국의 70~80년대처럼 허례허식이 강해 결혼식에 많은 돈이 든다고 하고, 거창하게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가 지나온 과정을 그대로 밟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에선 결혼을 하면 집이나 혼수 등을 모두 신랑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신랑 될 사람이 돈을 모으지 않으면 결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랑 되는 사람 나이가 지긋하고 신부는 어린 경우를 종종 보곤 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두 사람의 나이차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대학 동창이나 동갑내기 등의 연애결혼이 많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신랑의 재력이 결혼을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직원들 중에도 이미 결혼을 약속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도 있는데, "결혼식은 언제 할 것이냐? 고 물어보면 3년 뒤, 5년 뒤 라고 하면서 결혼식은 뒤로 미루는 것을 보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직 결혼할 만큼의 돈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결국 베트남에서 결혼을 위해서는 재력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신랑이지만, 오늘 결혼식을 하면서 보여준 그 행복한 모습 간직하면서 두 사람과 새로 생길 가족들이 모두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기원하면서 결혼식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