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의 안식처, 베트남 호법사

비구니와 동자승들의 사찰

by 한정호

오늘 직원의 아들이 수술을 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뛰어나온 고양이를 피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z5543523315472_0f3709265d0855413934b37bd9687a69.jpg 얼굴과 턱이 심하게 다친 직원의 아들

정말 오토바이는 얼마나 불안전하고 약한 기계인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 도로 위가 조금만 울퉁불퉁해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몸이 훅 날아가 버린다. 어느 방향에서 자동차, 오토바이가 날아올지 모르는 사거리, 삼거리에서도 운전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난 운전을 잘못한 것이 없다' '남의 실수는 있을지언정 내 운전에는 이상이 없으니 당연히 사고도 있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매일 직원들과 헤어질 때면 "천천히 운전해라" "안전이 우선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도 '소귀에 경 읽기'이다. 안전모를 쓰는 것이 법제화되면서 사망자는 줄었다고 해도 사고 횟수는 줄지 않았다.


매장에 나와 앉아 있다가 수술을 앞둔 직원 아들 생각에 주변 사찰을 찾았다. 몇 번인가 그 앞을 지나가긴 했지만 들어가 보진 않았던 사찰이다. 사찰 안으로 들어가니 낭랑한 목소리의 "나무아미타불" 독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독송 중

법당 앞으로 다가가는데 놀라운 점을 발견하였다. 법당에서 나무아미타불을 독송 중인 분들의 대부분이 비구니, 보살이었다. 연세가 많으신 비구니들도 많이 있다. 법당 안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우선 사찰을 돌아볼 생각을 하는데 너무 귀여운 장면을 발견했다. 법당의 오른편에 동자 한 명이 잠이 들어 있고, 왼쪽에는 한 명의 동자가 열심히 절을 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저렇게 평화롭게 잠을 잘 수도 있구나. 스님보다도 더 엄숙하게 절을 하는 동자의 모습이 대비되었는데 두 모습이 모두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다.


사찰 뒤로 걸어가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어린 학생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건물의 문에는 학습방이라고 한 걸 보니 학교인 듯하다. 한 여학생이 혼자 공기놀이를 하고 있어 사진을 찍어보려 하니 부끄럽다며 얼굴을 가리며 수줍어하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이런 것이 정말 천사의 모습인데... 사진에 담기에는 어려운 것이기 보다.

KakaoTalk_20240619_132836947_11.jpg 사찰에서 운영하는 학교인 듯하다
KakaoTalk_20240619_132836947_10.jpg 사찰 내 학생들

내부를 돌아보고 법당 쪽으로 오자 스님들과 비구니 분들께서 나오신다. 나를 보면서 몇 분이나 내게 "밥 먹으러 가요" "저 쪽으로 가서 밥 먹읍시다"라고 하신다. 점심 공양을 하는 시간인가 보다. 마치 아들이나 손자 밥 챙기는 모습이다. 따뜻한 느낌이 절로 느껴진다.

KakaoTalk_20240619_132836947_08.jpg 점심 공양을 위해 이동하시는 스님들
KakaoTalk_20240619_132836947_01.jpg 관세음보살

법당으로 돌아오니 모두 이동하셔서 혼자이다. 석가모니불께 삼배를 하고 수술이 잘 진행되어 빨리 완쾌하기를 기원하였다.

KakaoTalk_20240619_132836947_04.jpg


이 사찰은 비구니들과 동자들을 보살피는 사찰인 듯하다. 교육시설도 있고 주거지역도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니.

잠들어 있는 동자, 예불을 올리는 동자, 수줍은 미소를 지닌 학생, 공양을 챙겨주시는 어머님 같은 분들. 세상 평안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평화롭게 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매 번 교통사고로 다치고 수술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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