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사람과 말 들은 사람이 다르니 결과가 다른 것이 정상인 건가?
자전거 앞 발이 다쳤는데 수리를 하는 아저씨는 며칠째 보이질 않는다. 자전거를 며칠째 움직이지도 못하고 절뚝대며 서있다.
결국 아침에는 도보로 매장에 오거나 세옴을 이용하고 있다. 저녁에는 직원이 귀가하는 길에 뒷자리를 빌려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 앞에는 마을 4~5명의 아저씨들이 터줏대감처럼 한자리를 차지하고 자기들끼리 순번을 정해 단거리로 오토바이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자전거에 이상이 있거나, 피곤한 날엔 그것을 자주 이용해서 그분들도 모두 나를 알고 있고, 어디로 가는 지도 알고 있다.
어느 날은 행차 매장에서 내리고, 어느 날은 공감 매장에서 내리기 때문에 근처에 와선 "여기서 내려 줘요" "저 쪽 매장으로 가 주세요"라고 내릴 곳을 알려 준다. 오늘 아침에도 "더 가서 저기 매장까지 가요"라고 말을 했는데 이 아저씨는 행차 매장에서 오토바이를 세워 버린다. 등을 툭 치면서 "더 가요. 저기서 내린다니까요!"라고 말하자 꿈벅 날 한 번 쳐다보더니 그제야 다시 시동을 걸어 공감 매장까지 이동한다.
'이 사람 빠가야로 아냐?' 내가 항상 가는 곳도 뻔히 알고, 저 쪽 매장에서 내려달라고 먼저 얘기를 했는데... 내 말을 이해 못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무작정 먼저 보이는 곳에 세우고 버티고 있는 모습도 난감할 뿐이다. 일부러 앞에 세워 놓고 '거리도 안 먼데, 걸어가라는 것일까?'라는 뜻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 내가 집착하고 화까지 나는 이유는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탄다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어디를 가자고 했는데 무작정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심지어는 역방향으로 운전을 해서 기사를 다그쳐 차를 돌리기도 했고, 어떤 물건을 몇 개 달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더 넣거나 적게 넣기도 한다. 그나마 이런 외부에서의 문제는 나의 베트남어 발음이 좋지 못해서 그런다고 내 탓으로 돌릴 수 있겠다.
더 심각한 경우는 우리 직원들도 '나의 말을 저렇게 무시한다'는 느낌을 줄 때이다. 지시사항을 전달했는데 그 앞에서는 알겠다고 하고는 뒤돌아서 바로 자기의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간 지난 뒤 지시한 것의 이행여부를 물으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이거 정말 빠가야로 아냐!!'라는 생각이 들지만 분을 삭일 수밖에 없다. 왜? 하도 많이 경험해 보았으니.
'정말 바보' 아니면 자기들이 '우리는 최고인 민족이고 너희들은 외국인인데 뭘 요구하고 지시하고 그러느냐! 듣기 싫다'라고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그만큼 더 참고 인내해야 하는 베트남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