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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봄

내 마음에서부터 그 봄을 기억해 내야겠다.

by 한정호

제품을 공급해 주는 사장님 한 분이 오셔서 점심을 같이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미얀마에서 7년을 근무하다 미얀마 쿠데타 발생으로 더 이상 살 수가 없기에 한국으로 귀환했다가 베트남에 진출을 하고, 지인분의 소개로 한국분과 수산업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다. 미얀마에 오래 살면서 장기적으로 '그곳에서 계속 생활을 할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착도 가지고 정도 들은 곳인데 어쩔 수 없이 떠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미얀마 쿠데타(버마어: ၂၀၂၁ မြန်မာနိုင်ငံစစ်အာဏာသိမ်းခံရခြင်း)는 2021년 2월 1일 아침에 미얀마군이 일으킨 쿠데타로, 미얀마 연방공화국의 국가고문 아웅산수찌와 미얀마의 대통령 윈 민 및 민족민주연맹 지도자들이 축출된 뒤 구금됐다. 쿠데타가 발생 직후 따마도(미얀마의 군대를 칭함)는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따마도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밝혔다.

쿠데타 발생 당시 한국에서도 '미얀마의 봄'이라는 곡을 완이화라는 미얀마 소녀가 불러 화제가 되었고, 5.18 광주항쟁과 비교되기도 하였다. 미얀마의 민주 시민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차원에서, 사진전이나 후원 모금운동, 바자회, 공연 등이 진행되었고 의회차원에서의 성명서 발표 등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의 발생으로 사람들은 외부에 신경 쓸 여력이 사라졌다. 그 후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대만 전쟁 임박설로 아시아에서의 긴장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잊혀 가고만 있었다.


얼마 전 반쿠데타 세력이 힘이 세지고, 심지어는 군부의 중심부까지 공격이 감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내 기억 속에도 잊혀 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미얀마의 봄' 노래를 안다고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니 사장님이 놀라신다. 어떻게 그걸 아시냐면서. 그러면서 당시 당신이 비디오로 찍었던 것을 보여 주었다.

미얀마.png 미얀마 쿠데타 당시 촬영본 캡처

'사람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디오를 보면서 '시민이 군인들에 짓밟히거나,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기대했었던 것일까?' 그저 총소리 몇 발에 우르르 도망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거 옛날에 데모할 때도 저거 보단 더 심했는데...'라는 생각을 하니 말이다.

5.18 민주화 항쟁이 발생한 지 45년째가 되어 간다. 물론 그 자리에 없었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학생 당시 그 상황에 분노하고 거리로 뛰어 나가고 했었는데... 미얀마 쿠데타 당시에도 5.18과 비교하면서 공감하고 슬퍼하고 그들의 승리를 기원했는데... 그렇게 쉽게 잊혀만 간 것이다.


TV화면에 매일 나오는 실시간 전쟁 장면들에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현실에선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생기는 것에 익숙해져 버리면서 인간이 그만큼 사악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슬프다.

미얀마에도 그 봄이 꼭 다시 오고, 내 마음에도, 세상에도 제발 봄이 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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