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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30. 2024

베트남, 알만하면 사고

베트남 이제 알만 하다 싶을 때가 제일 위험한 때

 베트남 이제 알만 하다 싶을 때가(거주 1년쯤)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누구든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면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고 적응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다가 어설프게 그 환경을 이해했다고 판단하고 경계가 느슨해지면 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


 처음 베트남의 호찌민시에 들어가 1년 정도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면서 낯선 생활을 경계심을 갖고 생활을 하다가 1년이 지나 가족도 들어오고 같이 생활하면서 심적으로도 안정이 되고 베트남에 대해서도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던 그즈음, 오토바이 택시인 세옴의 뒤에 앉아 손도 여유롭게 놓고 있다가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눈가를 꿰매는 상처를 입게 되었다. 눈의 위아래를 십 수 바늘 꿰매면서도 안구 쪽은 다치지 않고 멀쩡한 것을 보고 의사들도 '정말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다'라고 할 정도이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노이로 이동하여 근무를 하면서 회사조직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직원들이 파견을 나오게 되었다. 하노이 생활이 1년 정도 되었을 즈음 우리는 이제 베트남, 하노이를 알만하다는 자부심과 술기운을 빌어 도로변에 있는 지하 노래방을 찾아 들어갔다. 아가씨도 없는 노래방이었는데 얼마간 맥주를 마시곤 나가려고 계산서를 요청하자 맥주 몇 병, 안주 하나에 몇 십만 원이 청구된 것이었다. 베트남 직원이 알아들은 지 못 알아들을지도 모르는 우리만의 베트남어를 써가며 화도 내보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소리도 질러 보았다. 하지만 조금 후 우리는 조용히 지갑을 털어 돈을 내어 드리고 노래방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베트남어로 소리를 지르고 하는 사이에 바깥쪽에서 노래방 철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일부 전등이 꺼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우린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가는 게 상책이다' '모두들 현금 꺼내 봐' 이렇게 해서 돈을 모으고 부족한 부분은 이해해 달라고 용서까지 빌면서야 겨우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 조금 안다고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꿰뚫고 있는지. 세상의 이치인지, 베트남 사람들만의 기술인지는 각자 결정하면 될 듯하다. 당시에는 액땜을 했다고 넘어갔지만, 조금 더 주의하고 조심하면 액땜도 하지 않고 베트남에서의 안전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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