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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30. 2024

베트남의 교육열

한국만큼이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

 이른 아침 베트남 학교를 지나치게 되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도 벌써 많은 학생들은 등교를 하였거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학교로 들어가고 있었다.   

베트남 현지 국제학교 등교하는 학생들
등교 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
학생들이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일찍부터 일어나 학교에 가야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SSIS(미국 국제학교)나 한국 국제학교, 대만 국제학교 등은 9시 정도까지 등교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부모의 출근 시간을 배려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 

 보통 베트남 직장의 출근 시간은 8시. 직원 중에 한 여성도 아침에 자녀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출근을 한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는 개혁개방의 결과로 돈에 대한 갈구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맞벌이를 당연히 여기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국에 전혀 뒤처지지 않아 방과후 학교 선생님의 과외와 더불어 한 달에 월급에 가까운 학원비를 내고 영어학원을 보내는 가정도 많이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등교를 하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다른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저 아이들은 학교보다도 더 경쟁적인 사회로 나가기 위해 저렇게 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그리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어릴 때는 자연과 더불어, 흙과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인데...

Phu My 영어학원

 이런 교육열은 비단 호찌민시와 같은 대도시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생활하고 있는 Phu My라는 지역은 현(縣)급으로 도시보다 낮은 단계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어학원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영어 한국어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간판들이 있는 소형 학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타게 되는 경우, 내가 외국인임을 알아차린 아이들이 주저 없이 “Hello” “Nice to meet you!” “Are you  a Korean?” 이런 문장들로 내게 먼저 물어보기도 하고, 옆에 있는 엄마는 자식에게 "외국인이다. 한 번 말해봐"라고 속삭이기도 한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알바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비스와 홀을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는 전에 일본어와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했고, 중국어는 TV 교육을 통해 조금씩 배워 매장을 찾은 대만고객들과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다. 대학을 다니면서 알바를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고, 직장이 없어 오전에는 아버지의 목공 사업을 도와드리고 오후에 매장에서 근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전문 외국어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매니저에게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한 이유를 물어보니 답변은 너무 간단하다. "직장을 구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어 공부는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어를 배우는 것은 어려운데 지금 써먹을 곳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꾸준히 많은 것 같다.


 베트남 젊은 이들의 외국어 학습 욕구는 단 한 가지! 직장 빨리 잡아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력서에는 영어 상, 일본어 상,.... 하지만 면접을 보면 "Hello" "How are you!"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해 시작한 외국어 그렇기에 그 나라나 문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기에 깊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가난을 자식에게만은 물려주지 않으려고 애쓰셨던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하셨던 모습을 지금 베트남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쏟아붓고 있는 듯하다. 이게 또 베트남 경제발전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되지 않겠는가! 베트남 정치나 제도 등은 사회주의 체제가 갖는 폐쇄성과 경직된 모습이 견고한 반면, 시민들은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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