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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1. 2024

베트남 엄마의 손지검

베트남 여성의 파워랄까? 

 누가 내 얼굴에 손을 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우리 아이들 마저도 내 얼굴에 손을 대면 움찔한다.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이다. 아버님이 군인이셨던 관계로 지방의 여러 곳으로 이동하면서 관사에 살았었는데 초등학교 1, 2학년 때쯤인 것 같다. 한 친구가 절름발이였는데 우리가 그 친구를 놀리곤 했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친구가 피가 나기 시작했고, 연락을 받은 어머님은 그 아이를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치료해 주러 가시고 난 집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아들을 괴롭혔던 아이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우리 집에도 찾아와 나를 보자마자 귀싸대기를 때린 것이다. 

 그날 기억은 정확히 나질 않는데, 난 그 이후로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수업시간에도 코피가 자주 나곤 했다. 그때의 트라우마로 누구든 내 얼굴과 머리에 손을 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자율학습 쉬는 시간에 잠을 자고 있는데 친구가 내 머리를 툭툭 치며 “그만 좀 자라!”라고 하며 나를 깨웠다. 순간 잠을 확 깨며 화를 못 이기고 “네가 나 잠자는데 보태준 것 있어! 개새끼야!”라고 소리를 질러 친구가 아무것도 아니게 한 건데 모두 놀라한 적도 있었다. 머리를 건드린 이유로 생긴 일이라 지금도 회상을 하곤 한다.

 

 그때 아주머니의 귀싸대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무섭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모습을 베트남에 와서 몇 번이고 목격할 수 있었고 난 경악했다. 

 어느 날 마트에서 목격한 일이다. 마트의 엘리베이터 안에는 다른 고객들도 함께 타고 있었다. 엄마와 두 아이가 같이 타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 자그마한 얼굴에 큰 손을 무자비하게 날리는 것이었다. 아이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그 손을 얼굴에서 떼내고 다시 얼굴을 가격하였다. 

 하도 기차차고 내가 놀라 소리를 지르니 그제야 나를 한 번 보더니, 그 아이를 끌고 다음 층에서 내려 버리는 것이었다. 따라가서 말려 볼까 하다가 내가 무서워 그냥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이런 모습을 베트남 엄마들에게서 몇 번 보고 나서는 정말 베트남 여성이 드세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60년대, 70년대 못 살 때는 저랬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믿고 싶지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은 10여 년이 지난 상태라 그런 모습까지는 보지 못했고,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엄마들을 보면 모두가 애정이 넘치고 아이들도 밝고 즐거워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아이들을 막 대하는 베트남 여성들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아직까지도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일종의 무서움과 강하다는 인식은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직원들에 모습에서도 나이가 적은 여자 매니저가 남자 매니저에게 팔로 등을 때리고 윽박지르는 손 모습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가정에서는 그런 행태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베트남은 음기가 세서 여성의 파워도 세고 남녀평등 이상의 활동력을 자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실제로 힘으로 아이들과 남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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