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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12. 2024

베트남 마을 공동체

가족 단위 못지않게 중요한 공동체 의식

 마을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 또는 풍산 류 씨가 모여 사는 동성마을 등을 떠올릴 것이다. 또한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의 마을 공동체를 생각하면 소수민족들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베트남도 많은 소수민족들의 마을 공동체를 보존하면서 전통모습대로 생활하는 것을 관광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마을 공동체가 소수민족에게만 중요한 생활양식이 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생활양식에서 마을 공동체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들의 삶의 방식에 남아있다고 한다. 


 베트남전통사회의 전형적 가족은 3, 4 세대 대가족이었다. 베트남 가족생활은 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베트남사회는 혈연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혈연사회의 특징으로 인해 베트남사람들은 가족 중심적이며 공동체 중심적이다. 가족구성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한 가족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시대 베트남 가족관계가 조부모와 부모 그리고 그 자손들이 함께 가족을 형성하며 생활하는 대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구성원들 간에 충돌을 막고 상호 존중하는 질서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유교의 이념체계는 바로 이러한 질서체계를 핵심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가족관계의 핵심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

 가족관계에 있어, 베트남은 유교문화의 특성이 강하여 가부장적인 부계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유교적인 관습을 중시하는 국가들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되고 그 역할이 가정 내의 가족보조 역할로 한정되어 왔다. 한편 베트남의 전통사회는 마을 공동체 내의 질서체계에 있어 아버지의 권한 못지않게 어머니의 역할도 매우 중시되어 왔다. 재산소유에 있어 부부별산제적인 현상은 여자의 가정 내 지위와 권한을 강화해 주었다. 가족 내 대소사를 결정함에 있어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베트남의 경우 공동체문화를 중시한 결과 마을 내 혼인을 중시하였고 경험이 많은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가정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강조되었다. 또한 공동체 내에서의 활동을 통해 사회적 참여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는 폐쇄적인 공동체로 친척 또는 동향인 집단을 중심으로 친분에 기초를 두고 형성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베트남 혼인문화의 특징인 ‘내혼제’에서도 나타났듯이 베트남의 가족공동체는 혈연사회의 특징으로서 베트남인들은 가족중심이며 공동체 중심적이다. 이것은 공동체의 가치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개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베트남문화의 독특한 특징이 베트남 가족구조에 큰 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마을공동체의 노동안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마을내혼제를 선호하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친족관계뿐만 아니라 공동체관계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공동체의식이 전통적 가족제도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베트남 사람들의 가족생활은 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공동체의식은 베트남 개인, 가족,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베트남 전통가족의 생산과 발전에는 공동체사회의 흔적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 한 사람이 작은 공동체인 가족에서 태어나, 가족과 친족공동체를 포함한 마을공동체에서 성장하며 큰 공동체인 민족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된다. 베트남 가족과 마을은 모두 폐쇄적 공동체로서 그 내부에서는 개인의 관심이 집단의 관심 속에 묻혔다. 개인의 사생활은 공적인 의견에 의하여 철저하게 통제되었다. 즉 개인이 독립성을 사회화할 기회가 없었고, 상호 간 의존과 의무에 기초한 사회적 관계를 학습할 뿐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베트남 사람들의 사회관계에 기본적으로 작용하여 친족 또는 동향인 집단을 중심으로 친분에 기초한 “폐쇄적 공동사회”의 모델로 구체화되었다. 

 “잘난 한 사람보다는 잘난 한 사람이 없어도 공동체가 더 낫다(Xấu đều hơn tốt lõi)", "혼자 살아남는 것은 다 같이 죽는 것만 못하다(Chêt một đống còn hơn sống một người)" 이러한 속담들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편 "똑똑한 닭은 아무 데나 알을 낳지 않고 (Gà khôn thì chớ đẻ hoang) 현명한 남자는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네 (Trai khôn thì chớ bỏ làng mà đi)"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체의 가치와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조재현․송정남,『베트남 들여다보기』, 2004, 73~74쪽.


 베트남은 농경문화의 공동체 중심적 사상과 유교가 접목된 베트남 특유의 공동체 문화를 이루고 살아왔던 것이다.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을 통한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베트남 가정에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며 큰 영향을 미쳤다. 국가 경제가 성장할수록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지고, 사회병리현상이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국내 이주 현상이 심화됐다. 그것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문화적인 현상으로 가정들 뿐만 아니라 개인 각자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 호찌민의 고향인 Vinh 도시를 방문했을 때, 회식자리에서 건배를 할 때마다 악수를 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하다. 이곳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데 매니저가 현지의 손님과 시비가 붙었을 때, 체격이 훨씬 센데도 "자기는 동향사람이 아니어서 여기서는 안 싸우는 게 낫다"라며 미안하다고 거꾸로 사과하고 마무리를 한 이유도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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