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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14. 2024

그땐 그랬지

왜 할 수 있는데 못했어!

 어제저녁 형님과 식사를 하던 중, 학생 때 선생님의 체벌에 대한 야기가 나왔다. 

 나는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체벌이 수시로 일어났다. 아직 기억나는 것은 학생을 계단에 무릎 꿇게 하고 긴 막대기로 사정없이 때렸던 학생주임 선생님이다. 당시 소위 말하는 불량학생이었기에, 상대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폭력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 말은 들은 형님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신다. 학교 탁구대표로 서울에서 진행한 경기에서 첫날 속이 불편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패배를 당하였다. 그날 밤, 패배한 것도 속상한데 지도 감독에게 대표선수가 패배했다고 체벌을 심하게 당했다. 다음 날 속이 안정되어 경기에서 승리를 했다. 그런데 또 지도 감독에게 체벌을 당했다. 이유는 "왜 할 수 있는데 어제는 못했어!"였다고 한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이 다였지만, 그땐 정말 그랬던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동창회 모임에서 위에서 말한 고등학교 학생 주임 선생님이 자살을 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당시에 체벌을 하고, 학생들을 관리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신 이상이 생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시던 중이라고 했다. 


 맞는 사람이야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겠지만, 때리는 사람도 마음이 편한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왜 할 수 있는데 못 했어?!"라는 말이 선생님의 진정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분 눈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 수 있고,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극도의 긴장을 일으켜 능력을 끌어내려는 수단이 아니셨을까?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한 가지 있는 듯하다. 그 능력은 꼭 그때 그렇게 발휘되지 않아도 될 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긴장하고 힘을 쏟아부었던 것이 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너무 독촉하면서, 그렇게 빨리 빨리라면서 살아가지 않아도 인생은 그렇게 흘러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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