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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13. 2024

베트남 잠옷, 레깅스는 부의 상징

부의 축적이 부른 삐뚫은 과시욕

 집안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나 입을 법한 실크 잠옷을 입고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해서 편의점에서 상품을 사거나 심지어 커피숍에 앉아 자태를 뽐내는 여성들도 있다. 요즘은 Gym이 많이 발전하면서 육체의 골격이 모두 드러나는 레깅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쇼핑몰 주위를 활보하는 여성들을 쉬이 발견한다. 처음 그런 사람들을 보았을 때는 ‘정신없는 사람들이네. 여기가 자기 집인 줄 아나?’ ‘아님 젊은 꽃뱀들 아냐?’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뭘 자랑하려고 하는데?” 사실 베트남의 일반 서민들은 2~3세대가 작은 집에서 같이 살고 있고 잠옷을 사서 입는 정도라면 가정 소득이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잠옷 입고 살 정도의 가정이 있는 사람이야! 봐!’라고 자랑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제야 이해는 되었지만 ‘그렇게까지 자랑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여성들이 레깅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몸매를 자랑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베트남에서 헬스장에 다닐 정도면 어느 정도 자기 소득도 있고, 레깅스를 입고 떳떳이 다닐 정도면 몸매도 되는 것이니 그렇게 다니는 것이다. 알고 지내던 여성 한 명이 레깅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위에 옷 하나 더 걸치지도 않고 들어와서 상품을 고르다가 나를 보고 처음엔 창피한 느낌을 가지는 듯하더니, 사진을 찍는 포즈를 취하니 손가락으로 V자를 표시하며 환하게 웃는다.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가족 단위의 생일파티를 즐기는 시민 ]

 소득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느라 허례허식이 만연해졌다. 결혼식은 물론이고 생일파티를 하더라도 무조건 많은 종류를 사서 탁자 위에 쭈욱 펼쳐 놓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결혼 자금을 마련해야 해서 결혼시기가 늦춰진다는 말도 있다(베트남의 역사를 살펴보니 약혼 후 2~3년의 기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베트남의 남성이 모든 결혼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문화 때문인 것이다). 결혼식장 비용으로만 연봉의 몇 배나 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성 친구들끼리 회식을 즐기는 모습
야외에서 음료를 즐기는 젊은이들

 우리도 한 때 허례허식 방지 캠페인을 했던 것처럼 경제발전에 따른 과도기에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경제 발전의 기쁨을 누리는 것 또한 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니 기쁘게 보아주고 싶다. 다만 빨리 내면적 성장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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