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얽히고 설켜 정체된 도로
베트남을 다시 방문한 한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사실 중의 하나는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일 것이다. 지인분들은 모두 언제 베트남이 이렇게 빨리 발전했냐? 라며 놀라워하곤 한다.
6년 전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유일한 고층 아파트(이름도 18층 아파트이다)에 지하 1층에 일부 차량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널린 곳이 땅인데 지하 주차장이 왜 필요했겠는가!'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이제는 저녁이 되면 아파트 옆은 온통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하다. 1년 전에 새로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에도 널찍한 지하 주차장이 있지만, 이제는 아파트 단지 앞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조금 늦은 저녁이 되면 주차할 곳을 찾아 차량을 돌리고 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여파로 베트남의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도산하거나, 구조조정 등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베트남에서 차량은 증가하고 있다. '인민들은 무슨 돈으로 지금 차량을 구매할까?' 의문이 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베트남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베트남의 산업화와 현대화를 위한 중요한 원동력으로 판단하고,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장기적인 정책으로 발전을 장려하고 있다. 2035년도까지 연간 생산량을 150만 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소비력 증진을 위해 자국에서 생산 또는 조립한 차량에 대한 등록세를 50% 감면하는 세금 우대정책도 실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2020년 아세안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베트남에서 운용되고 있는 차량대수는 역 451만대라고 한다. 이는 베트남은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42,8대로 아세안 국가 중 캄보디아 다음으로 낮은 국가라고 한다. 자동차 보유대수가 ASEAN 중에서 낮은데도 이런 상황인데, 정부의 정책대로 차량이 증가하여 도로로 나오게 되는 경우 교통정체, 교통사고 증가 등 시민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걱정스럽다.
물론 베트남의 자동차 산업도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자동차의 수량이 늘어나는 만큼 기반 시설이 마련되도록 함께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5년 완공예정이었던 메트로 1호선은 아직도 운행을 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버스나 메트로 등 대중교통의 발전 없이 승용차 산업 및 시장의 발전을 강조하는 것은 더 큰 화를 좌초하는 것일 아닐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으로 돌아와서, 아파트의 경우 주차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한다거나, 지역 공용 주차장의 확보 운영 등도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운전자에 대한 안전운전 및 매너 등에 대한 교육 등이 절실한 것 같다. 차량들은 늘어나는데 정작 안전 매너 운전에 대한 캠페인이나 교육 없이 교통 경찰관의 단속으로 도로사정을 개선하는 방법은 정말 아닌 것 같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국분이 드라이브하는 경우 베트남 운전자의 드라이브에 대해 한탄과 불평을 듣는 것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