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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5. 2024

베트남식 자본주의?

베트남인에게 상업은 삶의 일부이다.

 이른 아침 재래시장을 들러보는 것도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재래시장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 도로위에는 집에서 키운 야채나 고기,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들을 조금조금 펼쳐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손짓을 한다. 재래시장이라고 딱히 공간이 마련된 것도 없다. 그저 자기의 상품을 펼쳐 놓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여럿이 모여 시장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른 아침 도로위에 가판을 펴 놓고 판매를 하고 있는 시민들
학교 펜스 옆 도로에 생선된 재래시장

 베트남의 가옥들을 보면 단번에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억척같이 살고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의 1층은 대부분 매장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윗 층을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품구색이 갖추어 졌는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팔 수 있는 것이 있기만 하다면 펴 놓고 파는 것이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도로 옆 인도에 수 많은 가판 매장들이 들어선다. 그 곳에 사람들이 모여 음료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도시 전체가 상가로 바뀐 모습이다.

인도위에 펼쳐진 가판 매장들

 언젠가부터 공감 매장 바로 건너편에 밤이 되면 음료 매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곳에 젊은이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노래도 부르고, 포카도 즐기면서 한가한 저녁 시간을 즐기곤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한 평 남짓한 곳을 임차하여 그 곳에서 음료를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위 좌판으로 만든 음료 매장 전경

 하루는 영업을 마치고 매니저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매니저 한 명이 새로운 주점을 발견했다며 그 매장으로 데리고 갔다. 인테리어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으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에서 최고의 인테리어는 조명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매장이다.

조명으로 인테리어를 마감한 야외 주점 전경

 먼저 도착한 직원이 안주를 시켜 놓았는데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아직 입에 대어 보진 못한 음식들이었다. 오리 혀 튀김, 개구리 다리 요리였다. 먹기를 주저하는 것을 본 직원이 다시 한 번 먹어 보라고 권하기에 어쩔 수 없이 오리 혀 튀김을 하나 집어 먹어 보았는데 느낌이 이상하여 더는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다른 두 음식을 주문했는데 하나는 치킨 물렁뼈 튀김과 골뱅이(?) 튀김이었다. ‘이 식당은 특수 부위를 위주로 음식을 판매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원가도 낮을 테고 틈새고객을 공략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주변을 살펴보니 고객이 모두 젊은이들이었다.

특별 요리들로만 구성된 술안주

 직원 한 명이 여러 테이블을 돌아 다니며 고객들과 얘기를 하기도 하고 술을 같이 먹기도 해서 매니저에게 “저 사람이 주인이냐?”고 묻자 “맞다”며 자기 친구라고 한다. ‘뭐? 그럼 이제 갓 20살을 넘긴 사람이라는 것인가!’ 내가 신기한 표정을 짓자 곧 그 사장을 불렀고 우리 테이블로 왔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현재 28살이고 여자 친구와 같이 이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28살에 주점을 운영할 생각을 하고 실현하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공감 매장 맞은 편에 밤마다 음료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는 친구도 30살도 되어 보이지 않았다.

 며칠전 작년까지만 해도 돈치킨에서 주방 매니저를 하던 직원이 전기회사에 들어갔다고 안 나오더니 다시 주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 직원을 불러 왜 다시 돈치킨에서 그것도 알바를 하냐고 묻자, 아침에 자기 혼자 반미를 만들어 판매하고 저녁에는 알바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주방 매니저였던 직원이 가판을 만들어 장사를 시작했다

 1층에서 장사를 하는 집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영업과 사업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모습에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똑같은 유교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으로 가장 상인을 미천하게 여겼던 결과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듯 하다. 하지만 공자는 충분한 인구와 백성들의 풍요를 정치의 기본 전제로 보았다. 종교화된 한국 유학이 원시유교인 공자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우리 딸과 아들에게 저렇게 혼자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해보라 하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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