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Aug 06. 2024

남으면 당신 먹읍시다.

조선 어머니의 삶

 어제저녁 한 부부가 행차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우리 쪽에 있던 형님을 먼저 알아보곤 소주 한 병을 들고와 한 잔씩을 돌리곤 인사를 한 후 돌아가 두 사람이 식사를 한다. 남편 되는 사람은 혼자 소주를 하면서 아내에게 무언가를 계속 독촉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깔리지 않아 핸드폰으로 해야 할 작업을 못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와 같이 식사를 하던 분들이 돌아가고 혼자 자리에 앉아 있자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렇게 잠시 합석을 하여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두 분은 조선족이고 연길에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베트남 파트너와 합작으로 회사를 하나 만들어 운영 중이며, 당신은 한국 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아내는 사장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핸드폰에 프로그램을 깔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구시렁거린다. 빈증에 한국 식당을 하는지, 한국 사람 누구를 아는지.... 화젯거리를 만들어 같이 얘기를 계속하고 싶은 모양새이다. 조금 후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돌아왔다. 

 그래도 남편 되는 분이 아내에게 존대어를 쓰고 있는 것이 들리니 두 사람이 보기 좋았다.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갑자기 남편이 직원에게 밥을 좀 더 달라고 한다. 많이 줄 필요 없다고 하더니 "남으면 당신 먹읍시다"라고 한다. 

 

 갑자기 엄마가 떠올랐다. 

 좋은 음식은 제일 먼저 아버님 그리고 우리들 몫이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이 어머님 몫이었다. 닭을 한 마리 먹을라치면 어머니는 "나는 똥집이 제일 맛있다"라며 똥집과 살이 달라붙어 있지도 않은 모가지와 아래 다리 부분을 집어 드시곤 했다. 어렸을 때는 이유도 몰랐지만, 먹을 것을 선택할 때면 항상 어머님이 강자였다. 안 좋은 부분만 먹겠다는 고집을 이길 수 없었다. 


 서른이 넘어서야 어머님과 먹을 것을 가지고 대등하게 싸울 힘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모가지가 맛있다고 먼저 뺏어 들기도 했다. 마지막 한 조각 남았을 때 "엄만 배부르다. 정호 너 안 먹으면 버린다"라고 하시면 "저도 더 못 먹어요. 그냥 버리세요"라고 하고 "많이 안 드셨으니 하나 더 드세요"라고 건네기도 했다. 

 이제야 조금 철이 든 것이다. 


 조선의 어머니들은 다 그러셨을 것이다. "남으면 당신 먹읍시다"라는 말에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셨을 것 같다. 참 불평등하게 그렇게 한스럽게 사신 것 같다. 

 가끔 어머님께 안부인사를 드리면서 아버님과 싸우시진 않냐고 묻곤 한다. 이젠 아버님 연세가 많아지시고, 어머님 몸이 불편하시니 집안 일도 챙겨 주시곤 하신다. 그래도 조선 어르신들의 마음가짐이야 "남으면 당신 먹읍시다"에서 얼마나 나아지셨을까?


 엄마가 보고 싶다. 치킨이라도 시켜 먼저 다리 한 조각 손에 들려 드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올림픽, 즐기는 자가 금메달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