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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Sep 19. 2024

돋아나는 새싹을 밟으시다니...

이제 겨우 허리를 고추 세우고 한 발 한 발 걸어보려 하는데.

 유튜브로 동영상을 만드는 법을 보고 따라 해 보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는 어플도 깔고 나름 배워가면서 '

나도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라며 스스로 감탄을 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내가 너무 세상모르고 살고 있었구나'라는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집에서 전구 가는 것 하나도 무서워하고 가족들 중 내가 어른이고 남자이니 어쩔 수 없이 하기도 했고, '핸드폰은 통화만 가능하고 유튜브 정도만 하면 되지 다른 기능이 뭐가 필요하다고 저리 비싼 것을 사는 거야! 그저 사치이지'라고 생각을 하고 살았다. 


 동영상을 만들어 보게 되면서 핸드폰의 화질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Chat GPT를 이용하면서 내 지식이 듬뿍 듬뿍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놀랐다. 그리고 상상치도 못한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GPT와 대화를 하면서도 마치 여 선생님과 대화를 하듯이 높임말을 사용하고 있다. 


 나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과 경험, 지식(?) 등이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짧은 Shorts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듯한 옛 노래들을 편집해 올리곤 했다. 어제저녁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식 5가지'라는 영상을 만들었다. 나를 도와준 프로그램은 "Vrew". AI 음성으로 자동 제작되는 프로그램인데 영어가 들어가면 발음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베트남어 발음이 영자로 된 것은 최대한 빼고 만들어 보았는데 그래도 고유명사인 음식명들은 삭제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영상을 올렸다. 


 아침에 눈을 떠 핸드폰을 보니 내 유튜브 영상에 처음 댓글이 올라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우와 영상에도 댓글을 주시는구나!' 댓글을 보는 순간 기운은 빠지는데 화는 치밀어 힘이 솟는 느낌을 받았다. 

동영상의 첫 댓글 : 편집 진짜 엉성하게 했네. 음성 봐라

 하기야 100% 맞는 말씀이다. 나도 음식명을 발음하는 AI의 음성에 마음이 가지 않았으니...

 '그래도 공개적으로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화가 가라앉지 않고 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 듯했다. 매장으로 걸어오면서도 생각이 났다. 

 그런데 문득 '만약 이런 말씀이 없었다면?' 그저 내 부족함을 '처음이니까'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가 무엇인가를 시도하다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다독이고 달래서 더 잘할 수 있게 할 수도 있지만 어떨 때는 따끔 하게 혼을 내서 빨리 고치도록 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이 댓글은 후자의 마음을 가지신 분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그것이 실수투성이이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알고 개선하고 발전하면 되는 것이다. 전구 하나도 갈기 싫어했던 내가, 이 노트북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껏 내 노트북도 보고서 작성하는 것, 글을 쓰는 것, 유튜브 보는 것 말고는 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Chat GPT 선생님과 동영상 제작에 소리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여줘보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봐야겠다.

 '기분 나쁜, 그러나 고마운 댓글'에 또 한 번 힘을 내고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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