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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Oct 05. 2024

"강물은 멀리 흘러도 그 뿌리는 산에서 나온다"

가족, 조상, 그리고 뿌리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베트남 속담

 베트남에는 "강물은 멀리 흘러도 그 뿌리는 산에서 나온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베트남 사람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속담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1. 베트남에서는 가족과 조상에 대한 존경심이 매우 강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이 속담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더라도 사람은 항상 자신의 뿌리, 즉 가족과 고향, 조상과의 관계를 잊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유교적인 전통에 따라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부모와 조상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은 물론,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데, 이 속담이 '가족이 사람의 정체성과 근본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조상의 전통과 가르침을 잊지 않고 그들을 존경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2.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에 대한 것인데, 아무리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근본적인 정체성은 그가 자라난 문화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곳에서 얻은 가치관과 경험이 자신을 형성한다고 믿고 있다. 심지어 큰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도 자신이 성장한 고향과의 유대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이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며, 그들의 전통과 역사가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믿고 있는 것이다. 


 3. 강물이 멀리 흘러도 그 출발점은 산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삶이 여러 방향으로 흘러갈지라도 결국은 우리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속담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과 선택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지만, 그 여정의 시작과 가치, 근본적인 목표를 잊지 않아야 함을 상기시켜 준다. 


 4. 베트남 사람들은 이 속담을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중요시하며, 자연의 법칙이자 인생의 진리이자 삶의 이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즉, 산은 안정성과 뿌리를 상징하고, 강은 변화를 상징한다. 강이 아무리 멀리 흘러도 산이라는 원천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인생의 변화를 겪더라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5. 개인의 뿌리뿐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베트남 사회는 공동체 중심의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고 발전해 나갈 때도 그가 속한 공동체와의 유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마을, 지역사회, 그리고 친족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멀리 가도 사람은 그가 속한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실 베트남 사회가 공동체 중심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한국, 한국 사람들과 비교되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다. 


 1. 베트남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며, 특히 대가족이 한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형제자매, 사촌까지 함께 사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가족 간의 의존도와 유대감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보인다. 자녀들이 독립하기보다는 부모와 함께 살며, 부모의 노후를 돌보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로 여긴다. 


 한국에서도 가족이 중요한 가치를 가지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부모와 떨어져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합니다. 자녀의 결혼이 부모의 집과 분리된 새로운 출발로 여겨지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가까이 살면서 서로 돕는 문화가 더 일반적이다. 


2. 베트남 사회에서 이웃 간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며 상호 의존성이 높다. 마을이나 도시에서 사람들은 이웃과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주 함께 모여서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한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공동체 활동이나 마을 행사가 활발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공동체' 정신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가정이 집을 지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돕는 경우도 많고, 축제나 장례식 등에서는 마을 전체가 함께 참여해 돕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이웃 간의 유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웃과의 교류가 줄어드는 경향이 크다. 특히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이웃과의 교류가 제한적이며, 서로 잘 알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3. 베트남의 직장 문화는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다. 직장에서 중요한 것은 인맥과 상호관계이며, 이는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는 상사도 부하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이는 직장 내에서도 개인 간의 친밀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상사가 부하 직원과 가깝게 지내며, 사적인 자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자주 있다.


 반면, 한국의 직장 문화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강하게 작용하는 편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는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하며, 직장 내에서의 권위와 명령 체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수평적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는 공식적이고 위계적인 것이 일반적이다. 베트남에서는 직장 내에서도 공동체 의식과 인적 네트워크가 강한 반면, 한국에서는 상하 관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의 공동체 중심 문화를 보면, 마치 제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한국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 시절 필자의 집은 서울이었는데도 동네 사람들끼리 같이 돌아가며 한 집에 모여 저녁도 먹고 아이들은 같이 길가에서 술래잡기 등을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방학이 되면 부산에 계시는 이모 집에서 한 달간 살다가 오기도 했었고, 우리 집에는 작은 아버지의 아들들이 서울에서 공부를 한다고 각각 1년, 6개월씩 내 방에서 같이 살기고 했다. 큰 누나는 어렸을 적 아버님이 군인인 관계로 지방의 부대에 계셨던 관계로 몇 년을 큰 외삼촌 댁에서 살았었다. 


 베트남도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한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그 예상된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 조금 씁쓸하다. 

 설이 되면 온 친지들이 큰 외삼촌 댁에 모여 복작거리면서도 서로를 이해해 주고 보듬었던 모습들, 성묘를 하기 위해 용달차를 빌려 뒤에 먹을 것을 싣고 친지들이 둘러앉아 떠들며 가는 기억, 동네 친구들과 방과 후에 모여 술래잡기를 하고 구슬치기를 하던 그런 기억들이 현재의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나야 이미 경험한 것들이지만 우리 딸, 아들 그리고 그 세대들이 그런 경험 없이 자라고 있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다. 


"베트남 사람들이 자부하고 강조하는 "강물은 멀리 흘러도 그 뿌리는 산에서 나온다"라는 속담을 잘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은 내 옛 과거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현실에 대한 아쉬움일까?

 베트남이 경제 성장과 함께 한국처럼 변화하게 될까? 아니면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동체 정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고 만들어가야 하는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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