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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Oct 04. 2024

세상이 아름답다고 일러주신 고객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은 기회

 한 달 전 매장을 찾아 주신 고객분들과 약주를 같이 하는 도중 내 핸드폰이 액정이 깨져 사용이 어려울 것 같다며, 중고폰을 어떻게 구입해야 할지 고민을 이야기하니, 자기가 추석 전에 한국에 갔다 올 거라며 그때 집에 있는 것을 갔다 주겠다고 하신다. 

 그렇게 고객은 한국으로 갔는데 그 사이 핸드폰이 완전 박살이 나서 못쓰게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중고폰을 갔다 주기로 한 날짜가 약 일주일이 남았는데... 그냥 참고 버티기로 했다. 노트북에 카카오톡과 zalo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서 통상의 연락과 메시지는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가면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돌아오셨을 텐데 혹시 안 가지고 와서 우리 매장에 안 오시는 건가?'

 그 주의 마지작 일요일 저녁. 속으로 오늘까지도 그 손님이 오시지 않으면 다음 주엔 핸드폰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어머님께 안부인사를 드리는데 한 주 연락을 못 드렸고 다음 주까지 못 드리는 건 아니다 싶어서. 


 느지막한 저녁, 그분들이 매장으로 총총걸음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안자마자 메뉴를 시키지도 않고 가방에서 중고핸드폰들을 꺼내었다. "많이 기다리셨죠? 비자 발급이 늦어져서 어제저녁 늦게야 도착했어요."

 하나는 거의 새것이고 하나는 밑에 조금 흠집이 났다고 하는데 내 눈엔 두 개 모두 새것 같았고, 핸드폰이 생겼다는 마음에 더 이상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두 핸드폰을 내게 건네 주곤, 두 분은 식사를 마치고 일상처럼 숙소로 돌아가셨다. 


 숙소로 돌아와 전화칩을 핸드폰에 꼽고 필요한 앱을 깔고 카톡과 zalo 등이 무사히 운영되는 것을 보고 행복한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 이 폰으로 어머님께 전화를 드릴 수 있다는 흐뭇함을 안고. 아침 일찍 매장에 도착하여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이게 웬일인가! 전화발신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누님들께 상황을 카톡으로 전달하고 어머님께 안부를 여쭤달라 하곤 Viettel 대리점이 오픈하자마다 찾아 원인을 물었다. 처음엔 담당자도 전산상엔 문제가 없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기기를 한 번 사용해 보면 어떨까?' 다른 기기를 건네니 칩을 갈아 끼우고는 자기 번호에 발신을 해 본다. 신호가 갔다. 그 핸드폰을 건네받아 바로 한국의 어머니에게 시험 통화를 하였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휴우...

 그렇게 칩을 갈아 끼운 핸드폰을 받고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를 확인하는 전화번호를 누르니 이상한 메시지가 뜬다. 이걸 담당자에게 보여줘도 전화가 되니 이상이 없다는 말을 하길래 우선 통화가 된다는 사실로 안도하고 돌아왔다. 

 

 다른 한 기기는 아마도 한국 통신사에서 블럭을 걸어 놓은 것은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른 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내게 지금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 기기도 카톡, zalo, 사진/녹음 등은 제대로 되고 있으니.


 지난 화요일 낮, 핸드폰 기기를 주신 고객분과 함께 다니시는 분 혼자 매장에 들어오셨다. 택시를 좀 잡아 달라고. 그리고는 두 핸드폰이 잘 되는지를 물으셨다. 한 기기가 전화 통신이 안돼서 다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곤 그분은 호출해 드린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셨다. 

 어제저녁이다. 두 분이 다시 매장을 찾아오셨다. "오늘은 치킨이 갑자기 먹고 싶어서 다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사장님 핸드폰 하나가 안된다고 해서 와 봤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원래 칩을 바꾸면 이런 경우가 많다며 몇 가지 방법을 내게 일러주곤 유유히 숙소로 떠났다. 


 숙소로 돌아와 말씀해 주신 방법을 실행해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구나' 사고 판 것도 아닌데 한국에서 늦게 복귀를 해서 내가 걱정을 했을 거라고 걱정을 해 주는 모습이라든지, 전해 들은 말로 핸드폰에 이상이 있다고 자기 일도 아닌가 일부처 찾아와 챙겨주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저런 분도 있구나. 세상이 아릅답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아야 하는 이유를 또 하나 발견했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게 해 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참 마음이 이쁘고 존경스러운 고객분들께 감사 인사를 공개적으로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세상이 아름다움을 또 한 번 일러 주셔서, 그렇게 보라고 가르쳐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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