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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6시간전

타지에서 제일 서러운 건 아픈 것

감기 기운에 지쳐 있을 때 현지인들은 무엇을 먹을까?

 타지에서는 아프면 제일 서럽다는데.... 어제 오후부터 감기기운이 있다. 아침 일찍 알람에 한 번 눈을 떴다가 저절로 눈이 감겼다. 7시 아침 운동을 하시는 아주머니에게서 커피를 사주겠다는 메시지가 날아와 그 소리에 다시 눈을 뜨고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감기를 핑계로 그분들과 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고 이렇게 건네 받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 호찌민에서 푸미로 돌아오기 전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잠깐 뒤집어쓴 것이 탈이 난 듯하다. 목도 칼칼하고 가래도 끼고... 심하진 않지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타지에서 아프면 사람도 멀리하게 되고 그만큼 외로움은 커지는 듯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보통 무슨 약을 먹고, 어떤 방법으로 감기를 헤쳐 나갈까?

 우선 약을 먹는다. 

 Paracetamol (Panadol)은 감기, 두통, 발열 완화에 많이 사용하는 진통제이자 해열제인데, 열이 날 때 주로 복용한다. Decolgen이라는 약은 코막힘, 콧물, 기침 등 감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데, 특히 환절기 감기에 효과적이라 많이 찾는 약이다. Tiffy라는 약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타이에서 많이 알려진 감기약이지만 베트남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기침, 콧물, 열 등을 완화해 주는 약이다. 


 베트남은 아직 한국처럼 의약 분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관계로, 대부분의 약국에서 감기약, 진통제, 항생제까지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작은 병이나 증상에 대해서는 병원을 가지 않고 약국에서 바로 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것이 흔한 일다. 베트남의 약국은 약사들이 상당히 많은 약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 환자가 약국에 와서 증상을 말하면, 약사가 처방 없이도 적절한 약을 추천해 주는 경우가 흔하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알레르기 증상을 보여주면, 이틀 치의 약을 지어주는데 한 번에 먹는 알약이 보통 5~6개이다. 이 안에는 물론 항생제나 진통제가 들어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아프면 안 되니 그리고 무슨 약이 항생제이고 진통제인지도 모르는 주는 대로 먹고 빨리 낫기만을 바란다. 그렇게 약을 과다복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병원에 가는 것이 무서운 나는 더더욱 그렇다. 병원에 들어서면 코로 흡입되는 약 냄새(?)들과 주사 바늘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현재 공공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병원을 이용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기보다 약국에서 간단한 증상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어떤 음식들을 먹으면서 감기를 헤쳐 나갈까?  

 Gừng (생강) 차를 자주 먹는다고 한다. 생강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 감기 완화에 효과적인데, 생강을 끓여서 꿀과 함께 마시는 trà gừng (생강차)를 마시며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기침을 가라앉힌다고 한다. 실제 코로나 기간과 그 후에도 우리 매장에서 꿀생강차가 무척 많이 팔렸다. 베트남 현지인뿐만 아니라 대만 사람들도 일부러 생강차 판매여부를 문의하고 한 번에 3~4병을 사가는 경우도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따뜻한 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특히 파와 깻잎을 넣은 죽(Cháo hành tía tô)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 감기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챙겨 먹기도 한다. 피로회복에는 역시 비타민이 최고이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오렌지 주스(Nước cam)는 면역력을 높여줘 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데, 현지에서 신선한 오렌지를 짜서 만든 주스를 자주 마시곤 한다. 마지막으로 감기에 좋은 음식으로 닭죽(Cháo gà)도 인기가 많다. 영양 보충에도 좋고 따뜻한 국물로 목을 진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는 나도 닭백숙을 주문해서 먹어야겠다. 오늘 하루는 이 감기기운을 핑계로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수고를 덜고 활동을 자제하고 쉬면서 몸과 마음을 다잡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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