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문화가 만든 베트남의 이른 일상
5시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사찰에서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요량이었다. 숙소에서도 자전거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어서 일출을 놓일 걱정도 없었다.
바로 도착한 곳은 사찰 Phước Huệ Trang Nghiêm이다. 베트남의 여러 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불교 사찰 중 하나로, 불교 교육과 명상을 중심으로 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전통적인 불교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고유의 아름다움과 조용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이 사찰은 넓은 경내와 함께 고요한 명상 공간, 그리고 많은 불교 신자들이 모여 법회를 열고, 수행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수세기 동안 불교 교리를 배우고, 신앙을 실천하는 중요한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사찰 내부에는 다양한 불상과 조각품들이 있으며, 특히 관세음보살(Phật Bà Quan Âm)의 큰 불상이 연못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평온을 선사한다.
오늘 아침엔 불자들이 삼존불에 기도를 올리고 방생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한쪽에선 일출이 진행되고 있었고 경내의 법당들에서는 스님들과 동자승들이 새벽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새벽 예불을 드리고 있는 청년 스님들과 동자승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던 중, 아기 동자승이 아직 잠에 못 이겨 절을 하는 자세로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이 너무 나고 이쁘고 사랑스럽다. 앞에 있는 동자승이 내가 영상을 찍는 것을 눈치채고 아기 동자승을 불러 깨우려 하는 눈치여서 빨리 뒤돌아 나왔다. 좀 더 편한 잠을 자라고.
거리에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불탑 안 법당에 스님들이 모여 새벽 예불을 드리고 있다. 불탑 앞에 놓인 향을 피우는 제단 옆의 연꽃과 조화로운 모습에 심취되어 한동안 넋 놓고 보고 있었다.
아미타 삼존불에 절을 올리고 사찰을 나오며 시계를 보니 이제 막 6시다. 벌써 거리에는 이동을 하는 오토바이들로 분주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하루를 일찍 시작할까?
베트남은 더운 열대 기후이기 때문에, 오전, 기온이 낮을 때 활동을 많이 한다. 오전 시간은 더운 날씨를 피하기에 적합하므로, 해가 뜨기 전에 일을 시작하고 더위가 심한 정오쯤에는 휴식을 취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농업 중심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베트남은 오랫동안 농업이 주요 생계 수단이었고, 농업 활동은 해가 뜨기 전이나 뜰 때 시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는 문화가 이어져 온 것이다. 이런 전통적 문화로 많은 상점과 시장이 일찍 문을 열고 있고, 특히 길거리 음식점이나 커피숍도 새벽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전체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일찍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와 직장의 시작 시간 또한 한국보다 약 1시간 이상 빠른 편입니다. 한국은 주로 9시에 출근하는 반면, 베트남은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생들은 오전 일찍 수업을 시작하고,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영유아 또는 학생들을 학교나 유아원에 등교시키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 베트남의 하루가 내 눈에는 도시와 마을을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것 같다. 베트남의 일상적인 생활 리듬이 좀 더 아침 중심이고, 한국은 좀 더 저녁 늦게까지 활동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저녁 10시가 넘으면 상점들과 거리의 가판 매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철수를 하여 조용한 시골마을로 돌아간 듯하다.
처음 이곳에 오신 한국 분들이 9시 30분 이후 상점들이 문을 닫고 거리가 어두워지고 고요해지는 것에 의아해하는 것도 충분이 이해가 된다.
잠에서 깨어 생활하는 시간은 두 나라가 거의 비슷할 듯한데 한국에선 저녁에 술과 놀이로 거리에서 버려지는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베트남의 아침이 한국보다 빠른 것은 분명하고 그래서 아침이 활기차 보이고 생동감 있어 보인다. 오늘 아침에도 후에 쌀국수(분 보 후에)를 먹고 길거리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