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열대 과일들의 독특한 열매이야기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과일들의 성장 이야기

by 한정호

아침 어머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땅콩을 2 가마니나 캐셨다고 했다. 신기한 녀석이다. 그 얇은 뿌리에 그렇게 많은 땅콩들을 만들어 내다니!! 지난날 냐짱으로 직원 단합대회를 가다 도로 주변의 가정 농장에서 용과(Thanh long, Dragon Fruit)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 신기하고도 하고, 그 많은 열매가 가녀린 선인장 줄기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보고 어미 격인 줄기의 인내심과 안 떨어지고 살아보려는 열매의 생명력에 놀라기도 했다.

용과.png 용과(Thanh long, Dragon Fruit)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자라난다는 각에 이곳 베트남에서 자라나는 열대과일들 중에 특별하게 성장하는 과일들을 찾아보니 예상보다 많은 과일들이 자기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우리의 입맛을 돋워 주고 있었다.


독특한 방식으로 자라나는 열대과일들을 살펴보자면,

1.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은 나무가 아닌 땅에 가까운 식물에서 자란다. 땅 가까이에 있는 키 작은 식물의 가운데에서 하나의 커다란 열매로 자라는데, 나무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잎사귀들은 길쭉하고 날카롭기도 하다. 자신을 지켜내려는 보호막인 것이다.

파인애플.png 파인애플 (Dứa, Pineapple)

파인애플은 한 포기에서 하나의 열매만 자라난다. 파인애플 식물은 크고 뾰족한 잎사귀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 하나의 큰 열매가 자라는 것이다. 열매를 수확한 후에도 식물은 계속 살아있지만, 새로운 파인애플이 자라려면 시간이 걸리고, 보통 새싹이나 'sucker'라고 불리는 부분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한 식물에서 하나의 파인애플이 자란다는 것이 이 식물의 독특한 특징인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어서 열대 지방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자주 접하는 바나나도 자세히 보면 참 신기한 과일이다.

바나나.png 바나나 (Banana, Chuối)

바나나는 특히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기 쉬운 식물인데, 특별한 관리나 농약 없이도 잘 자라기 때문에, 가정집 뒤뜰이나 자연 속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다만 상업용 농장에서 대량 재배할 경우, 더 높은 수확량을 위해 일부 농약이나 관리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바나나의 성장과정이 놀라운 것은 바나나가 층층이 자라는 모습이다. 바나나는 한 송이(한 줄기)에서 여러 층의 바나나가 차례차례 자라는 특징이 있다. 바나나 송이는 처음 한 줄기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 아래쪽이나 위쪽에서 다음 층의 바나나 꽃이 피고 자라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계속해서 새로운 층이 생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바나나2.png 바나나 꽃


이 과정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처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면 그 줄기의 바나나들이 먼저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다음 새로운 층의 꽃이 열매로 변화하면서 다시 아래나 위쪽에서 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층의 바나나가 한 송이에서 순차적으로 자라며 각각 성숙해 가는 방식이다.


우리가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 또한 신기하게 생겼다.

카카오.png

카카오 열매는 나무에서 자라지만, 다른 나무 열매들과는 달리 줄기에서 직접 열매가 달린다는 점이 특이하다. 나무의 가지 끝이 아닌 줄기에서 바로 열리는 모습이 독특하다.

카카오 열매는 보통 시장에서 생과일로는 보기 어렵다. 카카오 열매는 초콜릿과 카카오 관련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며, 열매 자체를 신선하게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 열매 속에는 카카오 빈(cacao beans)이라고 불리는 씨앗이 들어 있는데, 우리가 아는 초콜릿은 이 씨앗을 발효, 건조, 로스팅 과정을 거쳐 가공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카카오 열매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열매 안의 과육은 달콤하고 신맛이 나는 맛이 있어서, 현지에서는 과육을 먹기도 한다. 과육은 가볍게 먹기 좋은 과일처럼 생겼고, 과일 주스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씨앗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서, 대부분은 초콜릿 생산을 위해 씨앗을 가공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람부탄(Chôm chôm, Rambitan)은 열매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이 과일은 그 독특한 빨간색 껍질과 가시처럼 생긴 털로 인해 매우 인상적이다. 안에 있는 하얀 과육은 매우 달콤하고, 리치나 롱안과 비슷한 맛을 낸다.

람부탄.png 람부탄(Chôm chôm, Rambitan)

람부탄의 열매는 나무 가지에 무리를 이루어 자라며, 각 열매 하나하나는 가지에서 자란다. 하지만 열매가 개별로 자라기보다는, 여러 개의 열매가 한꺼번에 송이처럼 모여 가지 끝에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양 때문에 한 가지에 여러 개의 람부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람부탄의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점점 빨갛게 익어가면서 특유의 털이 있는 모습을 띠게 되며, 열매 하나마다 가지가 있긴 하지만, 보통 한 가지에 여러 개의 열매가 함께 자라기 때문에 개별 열매가 가지 끝에 달린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고 수북한 한 송이처럼 보이는 것이다. 마치 바나나처럼.


이렇듯,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열대 과일들이 베트남에서는 각기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자라며 특별한 과일로 성장하고 있다. 파인애플은 땅 가까이에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며 오로지 하나의 열매만을 키워내는 반면, 바나나는 한 송이에서 여러 층의 바나나가 차례차례 자라나는 경이로운 과정에서 자연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카카오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그 튼튼한 줄기에서 직접 열매를 맺으며, 초콜릿의 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씨앗을 품고 있다. 또한 람부탄은 나무 가지에 붉은 털로 덮인 독특한 열매가 송이로 모여 자라며, 그 안에 달콤한 과육을 감추고 있다. 용과는 얇고 가느다란 선인장 줄기에서 무겁고 큰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그 생명력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과일들의 자라나는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생명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은 한결같이 신비롭고 놀랍기만 하다. 이 독특한 열대 과일들은 우리가 자연에 대해 놀라움을 느끼게 만들고, 다양한 생태계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또한 이색적이다. 자연이 제공하는 작은 기적들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소중한 자원이 되어, 우리의 식탁 위에서 그 결실을 맺고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명함.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베트남 남부의 새로운 얼굴(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