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이름이 사이공이야? 호찌민이야?
북베트남군이 항미전쟁(베트남 전쟁)의 승리를 통해 베트남 통일을 이룩하기 전까지 남베트남의 수도는 사이공(Saigon)이었다. 프랑스의 식민지 때부터 베트남의 수도였던 사이공은 전쟁의 종결과 동시에 위대한 베트남의 혁명가의 이름을 따서 호찌민시로 변경,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의 경제적 부유를 향유하던 사람들은 사이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직도 Saigon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베트남 북부 사람들은 자기들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하여 호찌민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반면, 남부 사람들은 전쟁 전의 영화를 기억하고 회복하고자 사이공이라는 명칭을 고수해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설령 도시이름은 그렇게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북부이건 남부이건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호찌민을 '베트남의 국부'로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으니 '호찌민시'라는 명칭에 반감을 갖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베트남에서 사람 이름을 도시명으로 만든 것은 호찌민시가 유일하다.
통일 후 호찌민市의 도로명도 많이 수정되었는데, 그중에는 혁명 당시 북베트남군을 지휘했던 고위급 장군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1군의 중심 도로에 속하는 레주언, 똔득탕, 팜흥라오, 팜반동 등을 포함하여 레득토, 응우옌반린 등과 같은 많은 도로들의 명칭들이 그러하다. 또한 역사적으로 중국의 식민에 대항하며 영웅이 되었던 쩐흥따오, 하이바쯩 그리고 프랑스 식민에 대항한 베트남의 유관순, 보티사우 같은 열사들을 기리면서 그들의 이름으로 명명된 도로들도 많다. 마치 호찌민市를 걷는 것은, 호찌민市의 市名으로부터 시작해서 도로명을 포함해 마치 항쟁의 역사 도서관을 관람하는 것 같다.
호찌민시의 핵심중의 하나인 똔득탕 거리에는 호찌민 강을 바라보고 있는 쩐흥따오 동상이 있다. 쩐흥따오 장군은 베트남 시민들에게 한국의 이순신 장군과 같은 급으로 칭송되고 있는 장군으로 중국의 침략을 막아낸 영웅이다. 쩐흥따오 동상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이름을 따서 쩐흥따오 도로도 있다. 3년 전 박항서 감독이 영웅시되던 시점에 이 동상을 대신해 박 감독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할 정도였으니 박 감독의 인기는 호찌민 다음으로 치솟았던 것이다.
베트남 도로명이 갖는 특징 중의 하나는 모든 도시에 동일한 명칭의 도로명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노이에도 호찌민市에도 심지어 지금 살고 있는 푸미현(縣)에도 레로이, 레주언이라는 도로명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각 도시에 통일되게 사용되고 있는 도로명에 대한 기원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공부하고 베트남과 좀 더 빨리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