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탑, 위상과 변화

전통 불교, 베트남, 그리고 한국 비교

by 한정호

베트남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우뚝 서 있는 탑의 모습에 저절로 눈길이 끌리곤 한다.

'왜 베트남 사찰들엔 저렇게 큰 탑들이 세워져 있을까?'

'한국도 통일신라시대에 웅장한 크기의 황룡사 9층목탑이 있었다고 하는데 왜 현재 사찰에선 그 모습을 찾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불교에서 탑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로, 부처님의 사리(유골)나 경전을 봉안하는 신성한 장소로서 역할을 했다. 탑은 불법의 영원함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며, 불교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탑이 세계 곳곳에 세워졌다. 초기 불교에서 탑은 주로 부처님의 생애를 기념하거나 불교의 성스러운 유물을 보존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특히, 탑의 모양은 하늘을 향해 쌓아 올려진 구조로, 깨달음의 상징인 동시에 명상과 수행의 장소로 여겨졌다. 탑은 불교 신자들이 기도하고 명상하는 장소로 기능하며, 탑 주변을 돌며 참배하는 것이 불교 신앙의 한 부분이 되었다. 따라서 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불교 신앙의 중심적인 상징물로써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티벳 칳하이 탑.jpg 티베트 칭하이 탑

베트남은 대승불교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국가로, 탑은 베트남의 불교 신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사찰은 웅장하고 커다란 탑이 특징이며, 이는 불교 신앙과 지역사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의 탑은 불교적 신앙뿐만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의 탑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리는 상징물로써, 종교적 역할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높은 탑은 하늘과의 연결을 상징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탑이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탑을 방문하여 기도하고 명상을 하곤 한다.

또한, 베트남의 탑은 왕조 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많은 왕조가 불교를 보호하고 발전시켰으며, 왕실은 웅장한 탑을 건설하여 불교 신앙을 확고히 했다. 이러한 탑들은 불교적 신앙뿐만 아니라 국가적 권위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현재도 베트남의 여러 지역에서 탑은 역사적 중요성과 종교적 중심지로 존중받고 있다.

하노이 탑.jpg 하노이 쩐꾸옥 사찰의 탑 전경
베트남 탑.jpg 탑으로 둘러싸인 베트남 사찰 전경


한국에서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불교가 크게 발전하면서 많은 목탑과 석탑이 세워졌다. 초기 한국 불교에서는 황룡사 9층 목탑과 같은 거대한 목탑이 대표적이었으며, 이는 불교의 강력한 위상과 왕실의 후원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의 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그리고 크기에서 형태로 그 의미와 중요성이 변화했다. 목탑은 화재 등의 위험으로 유지가 어려웠기 때문에, 더 내구성이 강한 석탑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석탑은 크기보다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상징적 의미가 강조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다. 이 두 석탑은 불교의 가르침을 기리면서도, 예술적, 건축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던 불교는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억압을 받았고, 이에 따라 탑의 규모와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또한 한국의 자연환경도 탑의 크기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사찰은 산속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데, 산지 지형에서는 큰 탑을 세우는 것이 건축적으로 어려웠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국의 사찰 건축에서는 탑이 주변 환경에 잘 어우러지도록 작고 균형 잡힌 형태로 지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렇듯 소규모의 석탑이 더 많이 세워졌고, 탑은 왕실의 권력보다는 민중들의 신앙을 담은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조선시대 이후, 한국의 탑은 지역 사회에서 종교적 신앙의 중심이자 문화유산으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다보탑.jpg 한국의 국보 다보탑 전경
한국 사찰의 탑.jpg 한국 사찰 내 천불상과 같이 하고 있는 탑 전경

이렇듯, 베트남과 한국의 탑은 모두 불교 신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그 역할과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베트남의 탑은 여전히 거대하고 웅장한 구조를 통해 지역 사회와 종교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가적 권위와 연결되어 왔다. 반면 한국의 탑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형화되고, 탑의 상징성과 건축적 아름다움이 강조된 것이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탑이 공동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반면, 한국에서는 탑이 종교적 신앙과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불교에서의 탑은 불교 신앙의 중심적 상징물로 시작해, 베트남과 한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해 왔다. 베트남에서는 웅장한 탑들이 지역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불교와 함께 성장해 왔고, 한국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형화된 석탑들이 신앙과 문화의 상징물로 변모했다. 이처럼 탑은 두 나라에서 모두 불교의 영원한 가르침을 담고 있으며,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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