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할 것인가, 되살려야 할 것인가?
이틀 전 "625를 겪으신 어르신들이 즐겨 들으시는 노래 모음"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사실 아버님, 그리고 노래를 너무 좋아하시고 즐겨하시는 어머님께서 들으시라고 만들기 시작한 컨텐츠이다. 그런데 이틀만에 1,2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625를 겪으신 어르신들이 즐겨 들으시는 노래 모음 - YouTube
6.25 사변, 월남전 참전 관련 영상을 올릴 때마다 놀랍기만 하다. 어르신들이 그만큼 '그 떄의 기억을 회상하시려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생각으론 불행하고, 설움을 몸에 담고 사셨던 시절인데, 그 때의 트라우마가 있으실텐데...
윤 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후 발생한 국내 정세의 불안과 혼동, 시민간의 좌우대립을 보면서 마치 '625 당시 좌익과 우익의 내전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서로 상대방을 죽여야 자기가 살 수 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 그것을 조장하는 배후 세력들.
무엇보다 총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시민들 앞에 달려 드는 것을, 무서움도 없이 담담하게 쳐다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에 더더욱 마음이 섬뜻하다. 무기와 무장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전쟁의 실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하다. 정의롭고 착한 대한민국 군인이였기 때문에 시민은 안전했고, 비상계엄도 바로 해제되어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가 젊은이들에게 사실을 오도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앞서는 이유는 625 사변, 월남 파병, 군사 쿠데타를 겪어 본 기성세대들에게는 결코 잠시의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리라.
우리는 흔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아픔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미래를 준비하며, 동일한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기억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단순히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해야 할까, 아니면 다시 되살려야 할까?
625 전쟁과 '기억의 퇴색'
한국에서 625 전쟁은 75년이 지난 지금도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며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이들은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그러한 세대 중 하나로, 전쟁이 무엇인지 공포로 느껴본 적은 없다. 전쟁의 참상을 체감하지 못한 세대가 점차 많아지면서, 전쟁은 어쩌면 과거의 유물로 간주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등을 보면 전쟁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우리가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시민들 눈 앞에 무장한 군인들이 핼기를 타고 마치 전투를 하듯 내려오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쟁의 기억, 왜 되살려야 하는가?
1. 현재의 교훈으로 활용
전쟁의 기억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의 국제 갈등 상황에 대한 경고이자 교훈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한 나라의 주권과 자유가 외세에 의해 침해될 때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종교와 민족적 갈등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실증하고 있다.
전쟁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세대를 걸쳐 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 이 번 비상계엄도 단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시민들을 총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선례를 다시 만든 것이다. 총알이 발사되었는가 아닌가는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무장군인의 난입, 계엄 선포 등을 일상으로 끌어 들였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2.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방지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비극은 반복된다. 625 전쟁을 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받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부활하는 조짐,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개념없는 쿠데타의 시도 등은 전쟁의 기억이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3.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는 평화의 소중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기억을 통해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는다면,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즉,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전쟁의 기억과 치유는 양립할 수 있는가?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기억은 상처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유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은 통일전쟁과 중국과의 전쟁에서 큰 상처를 받았지만, 이러한 기억을 통해 국민들에게 강한 자부심과 연대를 심어주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전쟁의 기억을 통해 민족의 단합과 평화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다.
이 번 쿠데타의 시도가 거꾸로 민족의 분열과 내분을 조장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전쟁의 무서움, 폭력의 무자비함을 경험하지도, 학습하지도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전쟁의 기억을 단순히 아픔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인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동력을 제공한다.
전쟁의 기억은 잊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또한 그것이 현재를 억누르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기억을 되살려 전쟁의 교훈을 배우고, 현재의 평화를 유지하며, 치유와 극복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과거를 반추하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단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