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이쁜 여자가 있으면 나와 상관이 있던 없던, 가슴이 콩탕콩탕하고 다시 한번 눈을 돌려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이쁜 여자가 아줌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무서움이 엄습한다. 그렇다고 뭘 인연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도, 잠시 같이 자리라도 같이 하면서 뭔가를 해보려는 꿍꿍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줌마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주위 신경 안 쓰고 큰 소리로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 남자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 둘을 팔에 끼워 안고 걸어가는 모습, 남자 따위의 상대방에 기죽지 않고 덤벼들거나, 아이를 무자비하게 훈육하는 모습 등등..
한국에선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달려드는 아줌마의 모습을 통해 '밉고 사나운 아줌마'의 전형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아줌마에 대한 인식은 베트남에서 더욱 강하게 인지되었다. 내 자식 훈육하는데 누가 말려?!라는 식으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의 등짝을 구타하는 모습, 지인들이 모인 회식자리애서 요조숙녀처럼 앉아 있다가 남편에게 보내는 그 강렬한 레이저 눈빛 속에서.
위키백과의 사전에 따르면,
아줌마 또는 아주머니는 중년의 여성을 일컫는 호칭이다. 본래는 친척 여성에게 부르던 칭호였다. 보통 어버이와 항렬이 같은 여성을 가리키는 “아주머니”라 하여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었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형의 부인에게도 아주머니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남편의 형에게는 아주머니, 아줌마에서 유래한 아주버니 또는 아주버님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1910년 이후 일반 기혼 여성에게도 아주머니, 아줌마라 부르게 되면서 오늘날에는 주로 '결혼한 여자'를 평범하게 부르는 말이 되었다. 근대 한국 사회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함께 섞인 '억척스럽고 자녀를 위해 헌신하는 여성'으로써 인식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페미니즘과 성 평등론이 등장하면서 아줌마, 어머니도 일종의 여성이라는 견해가 대두되면서 아줌마, 아주머니란 단어의 부정적인 인식이 희석되었다. (사실 난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희석되었다는 문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나무위키의 사전에 따르면
'아줌마'는 '아주머니'의 낮춤말로서 사회에서는 흔히 '파렴치, 억척스러움, 활발함, 강인함, 몰교양한 중년 여성, 애어머니 등'의 부정적 형용을 내포하는 비칭의 성격이 있다. 또한 아주머니, 아줌마, 줌마 모두 중장년 여성을 이르는 말이므로 호칭된 자는 자신이 그야말로 '아주머니'로 불릴 만한 노화한 중년 여성으로 인식되었다는 사실에 불쾌해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 20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여성은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30대 여성은 물론이고 40대 여성도 대부분 기분 나쁘다고 응답했으며, 심지어 50대 여성도 거의 절반 가까이 기분 나쁘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은 3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대부분 아저씨 소리를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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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나이 들고, 부끄러움 없는, 수준 미달이라는 인격 비하의 의미로까지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줌마라 불렀다는 이유로 삿포로의 버스 안에서 남자 중학생을 폭행한 20대 일본 여성,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시장 골목에서 소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때린 40대 인도 여성의 사연 등이 해외 토픽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화를 부르는 호칭 '아줌마' 정상혁, 2023. 04.29 참조]
아줌마와 아가씨의 구분은 외모와 결혼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은 이 구분의 가장 큰 기준을 외모에 두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가 아줌마로 불리는 것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 들어가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하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이제부터는 안 사람 말, 잘 들어야 나중에 밥이라도 얻어먹는다" 여성의 파워가 세진 것을 수도 없이 흘려듣는다. '진짜 그렇까? 그땐 혼자 나와 절에 가서 살지 뭐... 그 꼴 왜 보냐!'
새록새록 느끼는 점은 한국이건, 베트남이건 '정말 아줌마는 무서운 존재이고,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