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 제철이 돌아왔네요
포얗고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수박, 꿀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복숭아, 노란 껍질 속에 숨겨준 참외의 달콤함... 한국의 과일보다 맛있는 것이 있을까?
아버님이 해외비행을 다녀오시면 항상 챙겨 와 주신 한뭉큼의 바나나. 그것이 열대과일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외국을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했던 시절. 이곳 베트남에 와서 길가 좌판에 펼쳐진 과일들을 보고 이렇게 종류가 많은 지에 새삼 놀랐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열대과일도 제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겨울에야 좀 맛이 없겠거니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 열대과일들이 이제 제철을 맞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님은 망고를 참 좋아하신다. 과일은 가지고 한국에 갈 수 없는 품목이다. 그래도 난 한국에 들어갈 깨마다 망고 3~4개를 캐리어의 앞쪽에 넣고 간다. 혹시나 세관원이 가방을 열고 확인을 할 경우 "연세 많으신 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것이라 자주 오는 것도 아니어서 드시라고 넣어왔어요"라는 답변까지 준비하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세관 검사에서 그걸 뭐라 한 적도 없다. 마음이 통한 것이리라.
솔직히 난 열대과일이 한국의 계절 과일만큼 맛있다는 생각을 해 보질 못했다. 그저 한국에는 없는 것이여서 특별하고 색다르다는 것이 느낌의 전부일뿐이다. 망고나 바나나 외에 그리 달다는 느낌을 갖는 과일도 없다.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사과, 배, 딸기 등은 베트남에도 있는데 모두 우리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당도가 낮고, 크기도 반만 하다.
사진 속 열대과일들은 자기들만의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다. 탕잉롱(Thanh long)으로 불리는 용과는 선인장 열매로 우유빛깔의 과일이다. 안에 검은 씨와 같은 것들이 들어 있는데 딱딱하지 않고 함께 씹어 먹어도 된다. 망꿋(Mang Cut)으로 불리는 망고스틴은 마치 물에 불린 듯한 마늘 같은 열매가 안에 들어 있는데 열대과일 중에 그나마 당도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열대과일의 황제라 불리는 사우링(Sau Rieng-두리안)은 그 향기가 관건이다. 아가의 똥 냄새가 퍼진 듯하여 호텔이나 공공장소에는 반입이 금지되기도 한다. 하지만 맛은 정말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열대과일로써 맛이 특별한 과일이다. 내가 권하고 싶은 열대과일 중 첫째라 할 수 있다. 꾸와바이로 불리는 리치는 안에 말랑말랑한 젤리가 들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 리치는 작은 데다가 안에 씨가 있는데 씨를 감싸고 있는 얇은 껍질이 딱딱하여 입안에 찌꺼기가 남은 듯한 느낌이 좋지 않다.
이들 말고도 많은 종류의 열대과일들이 있지만 우선 대표적인 과일 다섯 가지에 대한 소감을 전해 드렸다.
대부분의 과일들은 이제부터 제철을 맞기 시작한다. 이상한 점은 우기가 시작되면서 이 과일들이 제철을 맞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가을에 비가 많이 오면 과일이 여물지 못하고 당도도 떨어진다고 걱정들을 하시는데, 여기는 비를 맞아야 몸집을 키우고 익는가 보다. 어쩌면 그래서 정말 당도가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열대과일이 제철이 되었으니, 나도 제대로 그 나름의 과일맛을 시식해 보아야겠다. 한국 과일과 비교하더라도 지금 그것들을 먹을 수도 없으니. 이곳 과일에 제대로 관심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