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신, 제사에 진심인 사람들
베트남 국제 공항으로 입국하여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서는 순간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미지에 주눅이 든다. 국방색 제복을 입은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은 마치 월남전에 나온 군인들 같다. 반동분자나 범죄자를 색출하려는 듯한 엄숙함에 해보고 싶은 베트남 말도 쏙 들어가 버린다. '차라리 영어로 'Hello, thank you'라고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입국 수속후 베트남 사회로 들어 오면 바로 느낌이 바뀐다. 택시 안 앞자리 유리창에는 어김없이 관세음보살이나 달마대사, 성모 마리아의 상이 올려져 있다. 길을 지나가다 여느 매장에서 보이는 작은 제단은 이 곳이 종교의 나라인지, 종교의 포교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설 연휴를 지내면서 여기 저기서 보이는 제사(?) 모습에 갑자기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런 현상이 남부지방에만 있는 것일까?' '정치수도, 사회주의 행정의 본산, 하노이 북부지장도 이럴까?'라는 것이었다. 비록 하노이에서 3년간 생활을 하긴 했지만, 관심없이 지냈던 터라 '이곳 남부지역과 같았나?'라는 의심이 들어 조사해 보았다.
베트남은 공통적으로 조상, 신 그리고 제사에 진심이었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나고 있었다.
베트남 전역에서 가정과 매장 등에 제삿상(신단, Bàn Thờ)을 설치하고 기도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지만, 남부, 중부, 북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베트남에서 가정과 매장에서 제삿상을 설치하는 이유
베트남은 조상 숭배 문화와 불교, 도교, 유교 사상이 결합된 신앙이 강하기 때문에 제사에 진심이다.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가정용 제단(Bàn Thờ Gia Tiên)과 신을 모시는 신단(Bàn Thờ Thần Tài - Ông Địa)이 일반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특히 매장이나 사업장에서는 "Thần Tài (재물의 신) & Ông Địa (땅의 신)"을 모시는 신단을 설치해 사업 번창과 행운을 기원한다.
하지만 제사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에 있어서는 지역별 차이가 있다.
1. 남부 (호찌민, 붕따우, 껀터 등) 지방은 상업적인 신앙이 강하다. 그리하여 가게나 회사에서 Thần Tài - Ông Địa (재물의 신과 땅의 신) 제단을 거의 필수적으로 모시고 있다. 제단은 대개 출입문 근처 바닥에 놓으며, 매일 아침 향을 피우고 음식을 올리는 의식을 진행한다. 재물과 관련된 신이기 때문에 과일, 꽃, 커피, 심지어 맥주까지 바치는 경우도 있다.
2. 북부 (하노이, 하이퐁 등) 지방은 조상 숭배 전통이 더 강하다. 가정에서는 Bàn Thờ Gia Tiên (조상 제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모시고 있다. 제단은 집 안에서 가장 높은 곳(2층이나 천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남부보다 Thần Tài 신앙은 덜하지만, 조상 기리는 문화는 더 엄격하다. 상업시설에 신단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남부처럼 절대적이진 않다.
3. 중부 (다낭, 후에 등)은 남부와 북부의 중간 형태를 띤다. 즉, 조상 숭배와 신앙 모두 균형 있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불교와 도교 사상이 깊게 남아 있어 불교식 제단(Quan Âm - 관음보살 신앙)이 흔한 편이다. Thần Tài (재물의 신) 제단도 꽤 많지만, 남부처럼 강제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베트남 전역에서 가정과 매장에서 제삿상을 두고 기도하는 문화가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부는 사업 번창을 위한 Thần Tài - Ông Địa 신앙이 특히 강하고, 북부는 조상 숭배가 더 중요시 한다. 한 편, 중부는 그 둘의 중간 정도이며, 불교적 요소도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사회주의, 일당 독재 공산당에 의한 '인민의 통제와 관리'라는 살벌한 인상과는 달리 옛날이 생각나는 인간적인 모습에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