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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변화가 주는 깨달음

10년이 젊어 보인다구요?

by 한정호

머리를 깎고 염색을 했다. 이번에는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다. 그동안 군인처럼 짧게 자르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귀밑과 뒷머리만 단정히 정리하고 윗머리는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특별한 이유나 기회가 된 것도 아닌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머리를 깍고, 매장으로 돌아오니 매니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Mr. Han, 10년은 젊어진 것 같아요!"


그 말에 다시 한 번 거울을 봤다. 정말로 젊어 보였다.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나를 엄습했다. '그만큼 내가 늙었었구나. 내 나이가 얼마나 된다고 10년이나 젊어지나...'

한 편, 이 순간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번에 단순히 머리 모양만의 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늙어 보였던 건, 나 자신을 오랜 시간 동안 가꾸지 않았다는 반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실실적으로 늙었다는 것을 무시하고 내 맘속으로만 청춘으로 살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문득 떠오른 친구가 있었다. 친구와의 통화속에서 숨이 고르지 않음을 느꼈다. "너 지금 운동하고 있니?"라고 묻자 집 앞의 학교 운동장에 나와 걷기 운동을 하면서 통화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소회사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혈압이 너무 올라 약도 먹고 있다고 하소연 하던 때와는 딴판이었다.

"뭔가 달라졌어?" 하고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매일 걷기 시작했어. 처음엔 10분만 걸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한 시간씩 걷고 있어. 신기한 건 몸보다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는 거야."

그 친구의 변화는 단순히 운동 때문만이 아니리라. 작은 습관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자신을 돌보는 작은 결심이 쌓여, 그의 삶 전체가 건강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생각했었다.


'나 역시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겠다.'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만 자신을 되돌아본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거창한 계기보다는, 이렇게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더 큰 깨달음을 줄 때가 많다. 머리를 자르고, 거울을 보고, 누군가의 말을 듣는 그 짧은 찰나에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삶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다. 꾸미지 않으면 흐트러지고, 돌보지 않으면 무뎌진다. 조금 더 가꿔보자는 다짐, 더 나은 내가 되어보겠다는 마음이 쌓여 결국 인생을 빛나게 만든다.

'이발'이라는 작은 변화 하나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을 다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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