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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국가에서 빈소, 묘지 사진 촬영을 꺼리는 이유

동남아, 대만, 일본, 한국 비교

by 한정호

대만을 여행했을 떼 일이다. 산 주위의 도로 옆에 공동묘지로 보이는 분묘들이 모여 있었다. 묘비들이 너무 화려하고 이뻐 당시 디지털 카메라에 열심히 사진을 담고 있는데 한 현지인이 다가와 험한 표정으로 왜 사진을 찍냐고 하는 것이었다. 화를 내는 듯한 모습에 기가 죽어 "한국인인데... 여기 모습이 너무 이쁘고 화려해서 사진에 담으려 한다"고 대답하니,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화를 가라 앉히는 듯... 묘지는 사진을 안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조심스레 물어보니 영혼이 사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나중에 나를 괴롭힐 것이라면서 사진들을 지금 지워버리라고 했다. 그리고나 확인까지 하는 것이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동남아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인 듯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영혼이 사진에 갇힌다는 믿음 때문이다. 많은 동남아 문화권에서는 사진이 영혼을 붙잡거나, 끌어들인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돌아가신 지 얼마되지 않은 분의 영혼은 아직 이승과 저승 사이에 머물러 있는데, 그 영정, 빈소, 묘지를 사진으로 찍으면 영혼이 사진 안에 갇히거나, 따라오거나, 편히 못 떠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들은 "영혼이 빨려 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이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혼을 건드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행위가 기(氣) 를 방해하거나 혼령을 자극해서 화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 찍는 사람에게 영혼이 달라붙거나, 재수가 없어진다고도 믿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달여 쯤 붕따우에 있는 산을 등산한 적이 있는데 어느 큰 바위 밑에 한국의 무당들이 제를 지내는 것처럼 조그마한 신단을 만들어 놓고 초를 피워 놓았던 곳이 있었다.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영정 사진들도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무심코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보니 한 영정의 모습이 매우 기이하게 느껴지고, 섬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바로 삭제해 버렸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등골이 쏴해지는 기분이 든다.


셋째, 죽음과 관련된 것은 "기억"으로만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요즘 장례식도 기록을 남기는 문화가 조금씩 생기지만, 동남아권은 장례, 묘지, 영정은 사진이 아닌 마음속에만 간직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아직 강하다고 한다. 그걸 굳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죽음의 기운을 계속 끌고 가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고 한다.


넷째, 유족에 대한 예의 문제로, 조문하러 온 사람들이 빈소나 묘지를 사진 찍는 것이, 슬픔을 소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슬픔을 상업적, 호기심으로 다룬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유족 입장에서는 극도로 불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빈소, 묘지, 영정 사진이나, 장례식장의 장식, 분위기, 음식 사진도 찍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함께 온 지인과 인증샷도 무례로 보여질 수 있으니 삼가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동남아 사람들의 생각처럼 죽음은 마음속에 간직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사진으로 남기려 하면서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사진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예: 공식 기록, 기사용, 장례 서비스용 등) 우선, 반드시 유족의 허락을 구하고, 현지인에게 문화적 괜찮음을 재확인하고, 최대한 조용하고 존중 있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개국 금기 비교

1. 동남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 "영혼이 방황하게 된다"고 믿음

- 영혼이 사진에 갇힌다는 믿음

- 혼령이 사진 찍는 사람을 따라간다고 생각

- 묘지, 영정, 빈소 촬영 극도로 금지

- 조문객이 사진 찍으면 무례, 저주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음


2. 대만 : "잠든 영혼을 깨우지 말라"

- 묘비 사진 금기: 영혼을 깨운다고 함

- 장례 행렬, 의식은 일부 기록하지만, 묘소나 영정은 금지

- 조상의 혼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3. 일본

- 비교적 사진에 관대하지만,

- 사망 직후 시신 사진 촬영은 금기 (예전에는 가족 기록용으로도 찍었음)

- 장례식 분위기는 엄숙, 사진보다는 기억에 남기는 문화

하지만 불교적 영향으로 "혼령을 자극하지 말라"는 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음


4. 한국 : "조용히, 슬픔을 소비하지 말자"라는 정서

- 과거에는 한국에도 귀신, 혼령, 사진 금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함

- 최근은 장례식장 사진 촬영이 조금씩 늘어났지만,

- 빈소, 영정, 고인 얼굴 사진은 여전히 금기시하는 분위기


결국 어느 나라건 생과 사의 세계를 확실히 구별하고 영역을 넘어서려는 것을 금기시하거나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인 듯 하다. '마음속에 간직하면 될 것을...'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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