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가족애와 보안 문화의 아이러니
베트남을 떠올리면 가족 중심적인 따뜻한 분위기와 이웃 간의 친밀한 관계가 떠오른다. 거리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저녁이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베트남의 정겨운 일상이다. 하지만 그런 가정적이고 친화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집과 아파트 개별 입구에 철창과 철망이 설치된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는 도둑을 막기 위한 조치겠지만, 한편으로는 안전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반영하는 듯해 아이러니한 느낌을 준다.
과거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던 70년대 한국과 비교해보면, 당시에도 좀도둑이 많았지만, 도둑들은 대체로 겁이 많아 "도둑이야!"라고 외치면 도망가기 바빴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도둑이 단순히 기회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어, 안전을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경험한 사건이 이를 실감하게 했다. Cong Cam 매장 야외에 놓아둔 대형 선풍기가 사라지고, 매장 외부 스피커도 절단되어 없어지는 등 잇따라 도난이 발생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처음 선풍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도난 사건이라 여겼지만, 알고 보니 경비원 중 한 명이 도둑맞을까 걱정돼 보관해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베트남 특유의 신뢰와 불신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서로 돕고 배려하려 하지만, 동시에 보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도난 방식도 독특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인의 물건을 바로 훔치는 것이 아니라, 침대 밑이나 구석진 곳에 숨겨두고 오랫동안 주인이 찾지 않는지를 지켜본 뒤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 절도가 아니라, 신뢰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면이 있다.
이처럼 철창과 철망이 기본적으로 설치된 주택과 아파트를 보면, 베트남 사람들조차도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일상 속에는 가족애와 이웃 간의 따뜻한 관계가 공존하고 있다. 새로 신축된 아파트에서는 보안 시스템이 강화되어 물리적 창살이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전통적인 주택에서는 여전히 철창이 기본이다. 이러한 대비는 단순한 불신이라기보다는, 공동체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도둑을 단순히 처벌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왜 이런 도난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서로 돕고 정을 나누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대비도 잊지 않는다. 결국, 베트남의 보안 철창은 단순한 불신의 상징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배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