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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드립니다!!

울화통이 터져버려 날라간 일요일 하루

by 한정호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손님들이 매장안으로 들어 오셨다. 자리를 바꾸면서 모실 정도로 손님들이 매장안을 가득 채웠다. 그 와중에 배달을 요청하는 손님이 있었다. 분주하게 손님을 모시고 있다보니 핸드폰 벨이 울린다. 한 시간 반 전에 주문한 배달 주문이 아직도 안 왔다는 전화였다. 확인을 해보니 객장 직원과 주방장이 내점 고객을 챙기다 보니 실수로 주문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고객께 전화를 드려 사실을 말씀드리고 사과말씀과 함께 지금이라도 준비해 보내드릴지를 여쭈어 보니 배가 너무 고프다며 지금이라도 만들어 보내 달라 하셨다.

직원에게 사실을 말하고 지금이라도 빨리 만들어 보내라고 하자, 한시간 반이 늦어진 건 모르겠고, 자긴 바쁘게 일하고 있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것이었다. '그 핑계를 듣자는 말이 아니고, 빨리 지금이라도 준비해서 보내드리자'는 것인데 그 핑계 소리에 속이 끓어 오르는 것을 참았다. 음식이 만들어져 포장을 시작하길래 음료를 몇 캔 넣어주면서 "이건 무료로 드리는 거다. 우리가 실수를 했으니..."라고 했다. 그리곤 배달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조금 후에 다시 고객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음료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들어 있고 대금도 청구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드렸다. 이 번 주문은 무료로 드리겠다고. 죄송하다는 의미로 드린 것인데 직원의 실수로 대금이 청구되었다고 말씀드리면서 전체 대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양해를 부탁드렸다.

문제는 다음에 내게서 터졌다. 직원에게 음료는 우리가 잘못한 것에 대한 의미로 무료로 드리라고 했는데 왜 돈을 청구했냐고 묻자, "그걸 왜 공짜로 드리냐?" "배달이 늦을 수도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음료를 무료로 줄 필요까지 있냐?"며 내게 대드는 것이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

'주인의 말을 안 듣는 것도 무례한데 감히 내게 지적질을 해?!!'

순간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하라고!"

매장안의 손님들도 깜짝 놀라셨다. 그 중에는 한국분 네 분이 한 테이블에 계셨는데, 당신들끼리 "나가는 게 낫겠다"라고 하시며 자리를 피하셨다. 그리고는 한 분이 내게 오셔서 귀엣말을 하신다. "사장님 이렇게 직원관리 하시면 안돼요. 사장님 명만 줄어 듭니다."라고. 밖으로 나가 같이 오신 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리니 또 한 분이 말씀해 주신다. "다른 손님들도 계신데 사장님이 그렇게 화를 내시면 다들 놀라 이 자리를 떠날거예요"라고.


한 편으로는 점심 한국손님들이 많이 떠나신 다음이고, 이 분들도 계산까지 마치시고 나가려던 참에 내 행동에 놀라 빨리 일어나신 것이라고 내 마음으로 위안을 가졌지만, 화를 참지 못한 내 모습에 창피하기도 하고, 아직 앉아계신 손님들에 죄송한 마음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직원도 보기 싫기도 하고.


혼자 다른 식당을 찾았다. 몇 주간 끊었던 소주를 시켰다. 소주 한 병에 맥주 3캔, 폭탄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왜 그랬을까?'

'버럭 화를 내 보았자, 바뀌는 것은 없는데... 직원에게 설명을 해도 그 때만 "알았다"라고 하고 말 것을'

'내가 잘 챙기지 못해 놓고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차라리 그렇게라도 화를 내서 내 화를 풀어버리는 것이 나은게 아닐까? 그래야 울화통으로 내가 더 지치지 않지 않을까?'라는 여러 고민들을 하면서.


숙소로 들어와 잠시 눈을 붙이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는데.... 눈을 떠보니 저젹 12시가 넘었다. 그렇게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5시에 알람도 없이 눈이 떠졌다. 사찰을 찾았다. 손목에 없는 묵주를 살 수 있을까?라는 희망과 함께.

이른 시간이여서 인지, 염주, 묵주를 파는 매장은 닫혀 있었다.

하지만 아침은 오늘도 이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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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사과와 더이상 핑계대지 말자는 부탁과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 고객님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자의 직원 관리 방식과 자기관리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한 한 주.

어머님과의 통화로 또 한 주가 시작된 것을 느끼며, 시간이 참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한 주의 마지막을 잃어버린 내 모습을 반성하면서 새로 한 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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