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반항적 정치 문화
한국 사회, 반항은 많지만 저항은 부족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쟁과 이를 반대하는 집회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정치적 갈등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재 윤석열 지지층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방식은 체제 변화를 위한 조직적 저항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반항적 감정 표출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가지고 온 정치 문화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1. 저항과 반항의 차이
우리는 흔히 ‘저항(Resistance)’과 ‘반항(Rebellion)’을 혼동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둘은 다르다. 저항은 체제 변화와 개혁을 목표로 하는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운동이다. 즉, 특정한 사회적 불합리성을 바꾸고자 하는 계획과 목표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희생을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한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3.1운동, 1987년 민주화 항쟁, 베트남의 프랑스 및 미국에 대한 독립 전쟁 등이 있다.
반면, 반항은 단기적이고 감정적인 반발 심리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체제를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보다는, 당장의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가깝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조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선 시대의 노비 반란, 임술농민봉기, 심지어 현대의 일부 정치 집회들이 반항의 성격을 띤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저항이라기보다는 반항으로 보인다. 단순히 “우리가 억울하다”, “좌파가 다 망친다”, “야당, 이재명 탓이다”와 같은 감정적 구호만 외칠 뿐, 어떠한 체계적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정치 체제를 개선하려는 논리가 아니라 단순한 피해의식과 반발심만 남아 있는 것이다.
2. 왜 한국 사회는 반항적 성향이 강할까?
한국 사회가 이러한 반항적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정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 신분제적 권력 구조의 잔재
한국은 조선 시대 양반 중심 체제가 500년 이상 지속되었고, 신분 이동이 극도로 제한된 사회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민중들은 체제 자체를 바꾸려는 저항보다, 순간적인 억압과 불만에 대한 반항적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컸다. 조선 시대 노비나 농민들의 반란은 사회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저항이 아니라, 단순한 생존 투쟁에 불과했다. 반면, 베트남은 중국·프랑스·미국 등 외세의 침략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체제 자체를 바꾸기 위한 민족적 저항 운동이 발달했다.
나. 미디어와 정치 프레임의 영향
오늘날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개혁 담론을 형성하기보다는, 감정적 선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언론은 정치적 대립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며, 각 진영의 지지자들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상대 진영에 대한 감정적 반발만 키운다. 그 결과, 저항이 아닌 반항적 성향의 집회와 운동이 반복된다.
다. 선명성 경쟁과 정치 문화
한국 정치권은 합리적인 대안 제시보다 ‘우리 편 vs. 너희 편’ 구도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논리적이고 장기적인 개혁보다는, 선명한 감정적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윤석열 탄핵 반대 세력의 구호 역시 논리적 정당성보다는, “좌파가 나라를 망친다”는 단순한 반발심을 앞세우고 있다.
3. 반항을 넘어서 저항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은 감정적 반항의 반복일 뿐, 근본적인 체제 변화를 위한 저항이 아니다. 탄핵 찬성이든 반대든, 중요한 것은 감정적 선동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 논의와 장기적인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체계적 논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특정 정치인을 보호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 운동이 필요하다.
-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개혁 움직임이 필요하다. 감정적 반발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보다 건강한 민주주의로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반항적 성향이 강한 사회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 체제 개혁을 위한 저항의식을 가질 때다.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논리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이 필요한 것 같다.
다음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신분 계급에 대한 역사적 변동 상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