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상진이에게
사랑하는 상진아,
어제 밤, 네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한참을 웃었어. "안경쓰세요. 안경!!"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해서 귀엽고도 기특하더라. 아빠가 휴대폰 자판을 더듬거리며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니, 너는 단번에 "술 드셨어요?"라며 장난스럽게 물어보고, 이어서 안경을 쓰라고 다정하게 조언해 줬지.
아빠는 순간 네가 정말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어릴 때는 뭐든 아빠가 챙겨주고 알려줬는데, 이제는 네가 아빠를 챙겨주는 순간이 많아진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해. 네 수능 시험일 저녁 식사를 하러 가면서 화를 냈던 아빠를, 차 뒷자석에서 묵직하게 질책했던 모습도 한 편으로 당황하면서도, 한 편으론 이제 아빠를 챙겨주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었지.
그리고 네가 보내준 책 사진을 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모습에 감동했어. 낯선 환경에서 혼자서 대학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네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가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대견해.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집을 떠나, 이제는 스스로 모든 걸 챙겨야 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그런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네 모습이 참 자랑스럽다.
때로는 힘든 날도 있을 거야.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과제나 시험으로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테지. 진로에 대한 네 고민도 그만큼 더 많아질테고. 하지만 네가 걸어가는 길을 아빠는 항상 믿고 응원할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네가 어떤 길을 가든,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라는 걸 기억해 줘.
앞으로도 건강 잘 챙기고, 가끔 아빠한테 책 이야기나 네가 생각하는 것들을 들려줘. 네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듣는 게 아빠에겐 큰 기쁨이니까.
사랑한다, 우리 아들. 아빠가 우리 상진이 제일 사랑하는거 알지?
오늘도 힘내고, 알차고 행복한 하루 만드렴.
네가 있어 든든하고 행복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