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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뒤틀어진 일상, 그래도 괜찮아!

순간 순간 찾아오는 행복감과 감사함이 있으니.

by 한정호

어제 저녁 '내 위와 다리에게 사죄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조금 있으니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사장님, 오늘 마시기로 한 술, 오늘 마시지요!" 다이어트 한답시고 점심도 아껴 먹고 나니 꼬치 요리가 눈에 아른거리고 있을 때였다. 방금 올린 글에 미안함과 먹고 싶은 것 먹자는 흐믓함을 가지고 숙소앞의 이자까야를 찾았다.

매장안으로 들어서자니 우리 매장의 단골 손민들도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인사를 드리고, 쬐금 남아 있는 양심에 꼬치 세트를 시키지 않고 먹고 싶은 종류만 조각으로 주문하고 생맥주를 마셨다. 지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앞서 계시던 손님들이 우리쪽 테이블 계산을 같이 하셨다며, 즐겁게 마시고 가시라고 하고 나가신다. 고객의 나에 대한 배려에 또 한 번 감명받으며 생맥주 잔을 하나 더 들이켰다.

이전 고객들이 우리 것을 지불해 주신 이후 우리가 더 마신 술이 있으니 지불해야 할 돈이 얼마인지 계산서를 달라 하니, 우리 것 전체 요금의 영수증을 가지고 온다. 따져 물었다. 먼저 가신 고객이 우리 것도 지불하셨다 했는데 왜 이렇게 청구를 하냐고 하자, 그제서야 다시 영수증을 들고 오면서 핸드폰에 번역 메시지를 들고 와 사과를 한다. 직원이 실수로 잘못 청구를 했다고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글로 번역된 메시지에 '사과드린다'는 표현이 있어 두 말없이 대금을 지불하였다. 실은 그 금액도 과하게 청구된 것을 알았지만 사과한다는 그 단어 하나에 덮어두기로 했다. 감사한 사람들이 있고, 지인과의 행복한 술자리도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 오는 순간부터 일상이 조금씩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내 아파트 층수는 16층, 올라갈 때는 6계층은 걸어서 올라가는 것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었는데... 몸이 귀찮다고 했다. 계단 오르는 것도 귀찮은데 샤워전 스트레칭 운동이야... 모두 패싱하고 샤워후 잠을 청했다.


아침 5시 40분 알람소리에야 눈을 뜨고선, 한 숨 더 잘까? 일어날까를 고민하다 내 손을 물어 뜯고 머리를 파헤치는 보스덕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샤워를 하다 깨달았다.

'아... 샤워전에 스트레칭을 했어야 하는데... 몰라! 오늘은. 내일부터!'

그래도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눈치이다. 8층의 계단을 걸어 내려 왔다. 7시가 되기전 매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분 보 후에 식당을 찾았다. 아침을 먹어야 몸이 좀 더 빨리 회복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면과 고기를 반 정도 남겼다. 야채는 최대한 다 챙겨 먹고. 위에게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고. 내친 김에 모닝커피까지 욕심을 부렸다. 공원 옆의 길거리 카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즐겼다. 오늘따라 구름이 덮혀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상쾌한 아침이라고 속삭인다. '아! 골프치기 딱 좋은 날씨네!'

매장으로 와 주위에 떨어진 낙엽과 쓰레기를 정리하고 샌드웨지와 7번 아이언을 들고 몰 앞의 빈터에서 잠시 스윙연습을 하였다.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일부러의 행동이다. 단 10분이라도.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키고 있자니 아침운동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이 오셔서 따듯한 커피 한 잔을 갖다 주신다.


이렇게 아침의 일상으로 돌아 온 기분이다.

조금 뒤틀어져도 괜찮아. 순간 순간 찾아오는 행복감과 감사함이 있으니 일상은 뒤틀려도, 잠시 돌아가도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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