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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선고일이 발표되었다. 이제야.

상식이 통하는 민주 국가를 바라는 것 뿐인데...

by 한정호

오늘에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잡았다고 한다. 이제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마를 짚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는 중이라 한탄해야 할까?


나는 그날의 계엄령 발표 순간을 기억한다 - 그날 난 서울에서 출장 마지막 날 밤을 보내며 부모님 댁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발표가 국민들에게 사실로 다가온 그 기괴한 공기를 기억한다. 그 누구도 그걸 납득하지 않았을 거라 믿고 싶다. 심지어 어머님 마저도 "뭔 별일이냐? 미친 것 아니야?"라고 하셨다. 적어도 나의 주변, 나의 이웃, 나와 같은 시민들은 그랬다. 쿠데타를 꿈꿨던 내란 주동자들을 제외하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은 흐려졌고, 본질은 왜곡되었다.

정치가 개입하고, 잇권이 결합하고, 검찰이 작동하고, 법원마저 흔들렸다.


1970년대, 80년대에나 쓰던 “좌파”, “간첩” 같은 단어들이 전면에 등장했고, 국민들은 갈라지고, 증오했고, 의심하고, 또 한편으론 침묵했다.

그 광경은 1945년 해방 이후의 좌우 대립을 떠올리게 했다. 필자는 유튜브에서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을 다룬 영화 리뷰를 찾아 보면서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것을 실감했다.

깃발은 다르지만, 얼굴은 비슷한 미친 광기.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결코 윤석열 개인의 유죄·무죄를 따지는 재판이 아니다. 이건 형사재판이 아니다. 그가 유죄면 사형인가, 무기징역인가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이 재판의 본질은 단 하나다.

“계엄령 선포가 합법이었는가, 국헌을 문란하게 했는가.”

'윤석열이란 자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명명백백한 사실 하나. 어느 국민이 보아도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고 느낄 그 날의 결정이. 몇 달의 시간을 거쳐 8명의 재판관 해석을 통해 “국헌문란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한다는 이 현실이 사실 나는 부끄럽다.


법이 국민의 상식보다 뒤에 있다면,

그 나라는 법치국가가 아니라 독재국가다.


국민이 법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태평천국인데,

법이 눈앞에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대법관들의 해석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법이 없는 세상 같기도 하다.


너무 늦었다.

정의는 이토록 느리게 올 이유가 없다. 국민들은 기다렸고, 버텼고, 외면당했고, 이제 지쳤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계엄령을 선포하려 했던 자들이 있었다. 그걸 막지 못하면, 다음엔 정말 발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해석할 재판관조차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간만에 베트남 이곳에도 지금 단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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