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칼날, 왜 베트남 남부에 먼저 닿는가?

미국의 대베트남 관세부과에 따른 지역별 희비

2025년 4월 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강수를 두었다. 이번에는 베트남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평균 46%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 소식은 베트남 산업계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표면적인 충격과 달리, 이 정책은 베트남 전체에 고르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히, 산업 구조에 따라 지역 간 피해 규모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북부의 전자제품 산업은 상대적으로 관세 피해를 적게 입고, 남부의 의류·신발·가구 산업은 정면 타격을 입는 걸까?

미국의 불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미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베트남과의 무역에서 약 1,02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미국 전체 무역 적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주 정교한 '선택적 타격'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은 상품군별로 다르다. 전 품목에 일괄 46%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산업 보호와 정치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을 하다 베트남으로 조립 공정을 옮긴 의류, 신발, 가구 산업이 관세 폭탄의 주요 타깃이 되었다. 이들 제품군은 대부분 베트남 남부에서 생산된다.

그래서 남부에 집중된 노동집약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호찌민시, 빈즈엉성, 동나이성으로 이어지는 베트남 남부 산업벨트는 글로벌 의류 OEM의 중심지다.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수많은 미국 브랜드가 이곳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가구 산업은 메콩델타 목재를 이용한 수작업 중심 산업이다. 이 산업들은 원가의 대부분이 노동력에 의존하고, 중국산 원자재를 베트남에서 조립해 수출하는 구조가 많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우회 수출'로 의심하는 대표 품목이기도 하다.

이 지역 산업의 특징은 단가가 낮고, 노동력이 많이 드는 대신 기술집약도나 부가가치는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편 이런 상품군의 미국 시장 의존도는 60~70%에 달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관세라는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단가가 낮기 때문에 소폭의 관세만 붙어도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브랜드들은 생산지를 다시 옮기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베트남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하루아침에 계약을 잃고, 공장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고용 불안은 물론,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 북부의 전자 산업은 왜 비교적 안전한가?

하노이, 박닌, 타이응우옌 등 북부 지역은 삼성, LG, Canon 같은 글로벌 전자기업의 생산기지다. 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는 전체 전자제품의 상당량이 이곳에서 조립된다. 하지만 이 제품들에는 중요한 구조적 특징이 있다.

바로 '조립 수출'이다. 대부분의 부품은 한국, 일본, 대만에서 수입해오고, 베트남에서는 단지 조립과 포장 과정을 거쳐 다시 수출한다. 베트남 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5~10%에 불과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제품을 '베트남산'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의 가치가 포함된 다국적 제품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미국은 이 제품군을 고율 관세의 우선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한 낮은 관세율만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로 인해 북부 지역은 이번 정책의 파고를 상대적으로 온화하게 넘길 가능성이 높다.

산업 구조가 만든 지역별 희비

미국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조정 수단이 아니라, 베트남 내부의 산업 구조와 지역 간 경제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노동집약형 산업이 밀집한 남부는 고용, 수출, 투자 유치 등 모든 면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고, 자본집약적이고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은 북부는 비교적 충격을 피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이 격차를 해소하긴 어려워 보인다. 남부의 기업들은 유럽, 일본, 한국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칼날은 정치적이지만, 그 그림자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지금, 베트남 남부로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