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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개념 차이 : "지출의 기준이 다르다"

베트남 다문화 가정 남편들이 참기 어려운 베트남 결혼생활 5가지 (4)

by 한정호

1. 돈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부터 다르다.

한국 남편에게 돈의 의미란, '관리하고 계획해야 할 자산'인 반면, 베트남 아내게 있어서 돈이란 '필요한 데 쓰면 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지출의 기준에 있어서도 한국은 합리성, 필요 여부가 중심인 반면 베트남 여성은 기념일, 가족 요청 등 감정적이고, 상황을이 중심에 둔다. 최대한 아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국 남편은 생각하는 반면, 베트남 아내는 지금 중요한 걸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도 한국 남편은 부부가 우선인 반면, 베트남 아내는 친정을 지원하는 것도 의무이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2. 한국 남편이 느끼는 불편과 충격

가. 계획 없는 지출

갑작스럽게 친정에 송금을 하거나, 기념일 선물로 한 달 생활비만큼 써버리는 경우가 있어 아내에게 “꼭 이걸 해줘야 해?”, “왜 그걸 지금 사?” 라는 질문을 하면, 베트남 아내는 “지금 해야 하는 거니까”라고 아무런 고민없이 단순하게 답하곤 한다. 이 때 물론 남편은 '계획을 세운 의미가 없어졌다'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 가족을 위한 소비는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

베트남 아내는 자신의 부모, 형제, 조카에게 보내는 돈을 '부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 입장에서 이건 '공동 재산'을 외부로 유출하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남편이 “당신 가족 일은 왜 항상 우리 돈으로 해결해야 돼?”라고 물으면, 아내는 “그게 뭐가 문제야? 우리 가족인데.”라며 도리어 황당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심지어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동정을 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남편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다. ‘가계부’나 ‘돈의 흐름’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태도

베트남 아내 중에는 돈 관리가 익숙지 않거나, 지출을 일일이 보고하는 걸 ‘불편하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지출 내역을 묻거나, 왜 카드를 이렇게 썼냐고 물으면 "날 못 믿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3.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가. 문화적으로 ‘돈 관리’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한국은 체계적 가계관리, 신용카드 사용, 소비 습관에 대한 통제가 강조되는 문화인 반면, 베트남은 아직 현금 중심, 당장의 필요 해결, 가족 중심 소비가 익숙한 문화야. 그리고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도 있어서, 누군가 힘들면 도와주고, 나중에 또 도움받는 문화이다.

나. 사회·경제적 배경 차이

한국 남편들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목표로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하지만, 베트남 아내들은 성장 과정에서 불확실성, 단기 생존 중심의 경제 마인드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돈은 있을 때 써야 한다", "내일은 모르는 일이다"라는 인식이 내면화돼 있기도 하다.

다. 돈보다 '사람 관계'를 우선시하는 문화

베트남에서는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가족, 친척, 이웃과의 유대가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경우도 많다. 반면 한국 남편은 “우리 가정이 먼저다. 외부는 나중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생기곤 한다.


■ 실제 발생 사례들

- 아내의 갑작스런 친정 송금에 남편이 “왜 나한테 상의도 안 해?”라고 물으니 “급한 일인데 뭘 그렇게 따져?”라고 답변하여 황당했다.

- 생일, 명절에 과다한 선물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생활비부터 챙기자”라며, 과소비를 지적하자 “이건 예의고 기본이야”라며 도리어 꾸지람을 받은 적이 있다.

-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후 “관리 좀 하자”라고 하니 “나를 감시하니?”라며 거꾸로 내가 쓴 지출 내역에 대해 따지기 시작한다.

- “노후 준비는 지금부터야”라며 절약과 저축을 이야기 하자, 아내는 “지금 가족이 힘든데 무슨 노후야”라며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4. 현명한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 '우선순위 합의'를 사전에 만들어야 한다.

월 수입 중 필수 지출, 생활비, 저축, 가족 지원 등을 항목별로 정하고, 한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당신 가족을 도와주지 말자”가 아니라, “얼마까지 가능할지 함께 정하자”라는 식의 접근과 합의가 중요하다.

나. 투명한 공유 시스템 만들기

가계부 공유 앱, 지출 내역 공유 시스템 등을 활용해서 '신뢰 기반의 관리'를 구축해야 한다. 아내가 "나를 감시하나?"라고 느끼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 긴급지원 vs 반복적 송금은 구분하기

처가 지원 중에서도 단발성 긴급 지원(병원비 등)은 부부가 같이 부담하고, 반복적 정기 지원(용돈 등)은 아내가 일정 부분을 스스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면 불만이 줄어들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이 돈을 안 주면 '당신은 우리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거야'로 느낄 수 있고, 거꾸로 남편은 아내가 돈을 계속 함부로 쓴다고 생각하면 '이 사람은 나를 이용하는 거야'라고 느낄 수 있다.


돈은 곧 '사랑이며 신뢰'라는 인식을 조율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돈은 수단일 뿐, 감정의 기준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 한국 남편이 힘든 만큼 베트남 아내도 힘든 것 같을 것이다. 서로 자라온 배경이 다른 것을. 그래서 서로 더 힘들어도 노력해야 하는게 아닐까?


한국 베트남 국제결혼, 사랑만으로 가능할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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