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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보다 친구와의 시간 우선’

베트남 다문화 가정 남편들이 참기 어려운 베트남 결혼생활 5가지 (5)

by 한정호

1. 베트남 여성들은 왜 ‘친구와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길까?

가. '사회적 관계'를 삶의 기본 단위로 여기는 문화

베트남은 ‘공동체 중심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특히 여성들은 친구, 언니, 동네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한국처럼 개인 가정 중심으로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외부의 인간관계는 곧 삶의 활력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남편·가족에 종속되지 않는 자아’를 유지하려는 심리

베트남 여성들은 결혼 이후에도 ‘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친구들과 수다, 여행, 소셜모임 등은 자아를 유지하는 필수 공간이자 ‘숨 쉴 구멍’이 되는 것이다.

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 자체가 다름

한국 여성은 스트레스를 혼자 참거나 가족 내에서 풀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베트남 여성은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활동하면서 이를 풀어내는 문화이다.

"나는 남편이랑 싸우면, 친구 만나야 풀려요" "집에만 있으면 미쳐요." 이런 식의 문화적 표현이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한국 남편이 겪는 당황스러운 현실

가. “가족끼리 시간 보내는 게 우선 아니야?”

주말마다 친구 만나러 나가고, 평일에도 모임이 잦은 아내를 보며 남편은 의아해한다. 특히 아이 양육이나 집안일을 뒤로 미루고 나가버리면, 남편 입장에서는 가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기도 한다.

나. “친구 얘기가 너무 많아, 내가 서운하다”

아내는 친구와의 관계를 자주 공유하고, 때로는 친구의 의견을 남편보다 더 신뢰하기도 한다. 이때 남편은 "나는 그 사람들보다 못한 존재인가?" 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 “왜 나한테 말 안 하고 친구한테 먼저 말해?”

갈등이 생겼을 때도, 아내는 친구와 상의하고 나서야 남편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부부 사이의 ‘직접적 해결 루트’가 무너졌다고 느끼며 소외감을 경험하게 된다.


3. 문화 차이로 발생하는 오해 포인트

- 친구들과의 모임을 베트남 아내는 삶의 일부이자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한국 남편은 아내가 가정보다 친구를 더 중시한다고 오해하기도 함

- 외출 시 아내가 남편에게 아무 말도 없이 나가는 경우 아내는 일일이 허락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한 것인데 남편은 자기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거나, 아내가 배려 없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함

- 아내가 친구의 의견을 자주 인용하는 경우, 여성은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공유한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부부보다 친구를 더 신뢰한다는 의미로 오해하기도 함

- 아내 혼자 주말 외출을 하는 경우 여성은 자신의 '삶의 리듬'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가족 시간에 대한 회피라고 인식하기도 함

- 남편이 아내에게 "또 친구 만나러 가? 이번 주에만 벌써 3번이야."라고 다그치면, 아내는 "나는 평일에도 애 보고 집안일했어. 잠깐 나가는 게 뭐가 문제야?"라면 맞받아친다. 남편은 아내가 하는 '집안일은 책임이고, 외출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은 '집안일은 내 역할이고, 외출은 내 자유'라고 인식하고 있다.


4. 해결을 위한 접근법

가. ‘가정’과 ‘개인 자유’의 균형점을 협의

외출을 막는 게 아니라, '언제는 가족과, 언제는 나 혼자'라는 시간 조율 원칙을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말 중 하루는 가족 시간, 하루는 개인 시간' 등과 같이 서로가 함께 정해두면 불만이 줄어들 수 있다.

나. 남편은 아내의 외부 활동이나 관계가 '가정 배제’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건 가정이 싫어서가 아니라, 개인의 회복 공간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반대로 아내도 남편이 느끼는 소외감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당신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 친구 모임에 남편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기

함께 나가거나, 같이 식사하거나, 아니면 남편에게 친구 이야기를 좀 더 공유함으로써 ‘밖의 세계’와 ‘가정’을 연결해 주는 다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라. 반대 입장에서 역할 바꿔보기

'만약 당신이 매주 친구들만 만나고, 집에선 말이 없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라는 식의 질문을 각자에게 던져보며, 서로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방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결국적으로 중요한 건, 서로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무례'나 '무관심'으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누구의 방식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삶의 리듬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균형을 찾고,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자유를 존중할 수 있는 룰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다문화 가정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일 듯 하다.


한국 베트남 국제결혼, 사랑만으로 가능할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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