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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민주주의여도 군화발에 짖밟힐 수는 없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보면

by 한정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린 결정은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헌정 질서의 마지막 보루, 민주주의의 최소한을 지키기 위한 사법적 선언이다.


대통령은 선거로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는다. 그 권력은 절대 권력이 아니다. 사익을 위한 거래, 권한 남용, 헌법과 법률을 어기는 순간, 그 권력은 되돌려져야 한다. 헌재의 탄핵 인용은 "비록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정의와 상식을 지키기 위해선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외침이다.

물론, 지금의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다. 부패, 무관심, 기득권의 카르텔, 언론의 편향성, 각종 불공정이 뒤엉켜 있다. 하지만 그 미완의 민주주의를 이유로 다시금 ‘질서 있는 퇴진’이나 ‘국가 안정을 위한 유예’를 외친다면, 그것은 군화발을 부르는 초대장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 민주주의를 피와 땀으로 쟁취해왔다. 4.19 혁명, 부마항쟁, 5.18 광주, 6월 항쟁, 그리고 촛불혁명까지. 불의한 권력은 수없이 등장했지만, 그때마다 주권자인 국민이 그 앞을 막아섰다. 거대한 탱크를 맨손으로 막아내고, 비에 젖은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며, 헌정 질서를 지켜왔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결코 선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그 역사를 증명했다.

윤석열 정권은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검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했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은 스스로를 무오류의 존재로 착각하며, 마침내는 의회와 법원마저 길들이려 했다. 이건 단순한 실정이나 무능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 내란 쿠데타 시도였다.

그러나 국민은 그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곳곳에서 터져 나온 분노, 광장으로 다시 모여든 시민들, 온라인에서, 골목에서, 언론의 침묵을 뚫고 나오는 진실의 목소리. 그리고 마침내 헌재의 결정까지.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의 힘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그 어떤 군화발보다 더 강했다는 증거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체계다. 법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권한을 제한하며, 국민의 뜻을 따라 정권이 교체되는 그 모든 과정이 민주주의다. 그 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군부의 구원’이라는 위험한 유혹에서 벗어나게 된다.

못난 민주주의라도, 스스로 책임을 지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칼과 명령으로 ‘정리’되는 순간,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통제와 공포의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 결정은 그 점에서 상징적이다. 군부 쿠데타 없이, 계엄령 없이, 명령서 한 장이 아니라 헌법이라는 규칙을 통해 권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순간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제도가, 우리 스스로를 구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민주주의를 욕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낫게 만들기 위해 감시하고 참여하는 일이다. 그래야 군화발이 다시 이 땅을 밟지 못한다.


못난 민주주의라도, 우리 것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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