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후만증(꼬부랑 허리) 원인과 완화운동
아침 일찍 매장 앞 낙엽을 쓸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이 일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바닥에 붙은 낙엽을 끌어모으려 허리를 굽히는 자세를 취하는 가운데 알게 모르게 허리가 욱신거림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리를 완전히 숙이고 나서부터는 통증이 좀 줄어든 느낌이었다. 오히려 편안했다.
문득, 꼬부랑 할머니가 떠올랐다. 허리를 잔뜩 굽히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 그래서 다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거구나.’
‘근데 왜일까?’
한순간 스치듯 든 생각이었다. 인간이 원래는 네 발로 걷는 동물이었으니까,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어쩌면 본능적인, 원초적인 편안함일지도 모르겠다는. 갓난아이가 기어 다니는 모습도 그랬다. 두 다리로 걷게 된 건 성장의 상징이지만, 몸에겐 어쩌면 ‘부담’의 시작이었을지도. (헛 짚은 것이었다)
이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허리가 굽는 이유를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화 때문이다.
척추뼈 사이에는 디스크라고 불리는 연골 조직이 있다. 이건 나이가 들수록 수분이 빠지고, 납작해진다. 동시에 척추를 지탱해주는 근육, 인대, 관절들이 퇴화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점점 허리는 앞으로 구부러진다. 이런 현상을 척추후만증이라고 부르는데, 흔히 ‘꼬부랑 허리’라 하는 게 이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허리를 굽힌 자세가 오히려 통증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특히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허리를 쭉 펴는 것보다 약간 구부린 자세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 자세가 척추관을 넓혀줘서, 신경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몸이 아프지 않기 위해 ‘스스로 굽히는 법’을 택하는 셈이다.
이게 진화일까? 퇴화일까? 잘 모르겠다. 그냥... 낙엽을 쓸던 그 순간처럼, 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걸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이제 늙었구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인공지능이 알려 주는대로 아주 작은 습관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낙엽을 쓸기 전에 먼저 가볍게 허리 스트레칭을 한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허리를 둥글게 말아 올렸다가 천천히 펴는 동작. 단 3분만 해도 다르다.
하루에 한 번은 바닥에 앉아 무릎을 꿇고, 등과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를 취해본다. 기도하듯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무게가 실리는지 느껴본다. 이건 허리 근육뿐 아니라 마음도 펴주는 동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자에 앉는 자세를 신경 쓴다. 허리를 바로 세우고 엉덩이를 깊숙이 붙여 앉는 것만으로도 척추에 가는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앉는 연습을 하면 코어 근육도 자연스레 강화된다.
하루 20분만이라도, 빠르게 걷는 대신 천천히 바르게 걷는 연습을 한다.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디고, 어깨에 힘을 빼고, 중심을 골반에 두는 느낌. 이건 걷는 것 같지만, 사실 전신 운동이라고 한다.
그렇게 나 자신과 조금씩 대화를 시작해본다.
조금은 더 늦게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조금은 더 오래 반듯하게 서 있기 위해서.
요즘은 부쩍 불은 뱃살 걱정에 다이어트 하랴, 아파트 계단으로 오르 내리기 하랴, 이제는 꼬부랑 허리 걱정에 걷기와 자세 교정까지. 지금껏 내 몸을 혹사시킨 죗값이려니 반성하고 나를 보호해 보려 한다.